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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마침내…조조와 공명의 거대한 전쟁

등록 2009-01-21 18:18수정 2009-01-21 19:59

적벽대전2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은 역시 우위썬(오우삼)의 영화다. 영화에는 사내들과 우정이 있고, 무엇보다 그들이 몸바쳐 지키려 했던 명분이 있다. 그래서 80년대 홍콩 밤거리를 붉게 물들였던 사내들을 1800년 전 적벽으로 소환한 듯한 느낌이 난다.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성격 묘사에 치중해 ‘거대한 예고편’이란 평가를 받은 1편의 아쉬움을 풀려는 듯 2편은 시작과 함께 주유와 조조의 머리싸움으로 돌입한다.

주유(량차오웨이)와 제갈공명(진청우). 두 영웅의 의기투합으로 동맹은 시작됐지만, 조조의 백만대군을 눈앞에 둔 두 세력의 운명은 여전히 풍전등화다. 먼저 탐색전을 시작한 것은 조조. 열병에 걸린 병사의 주검을 주유의 오 나라 진영으로 흘려보내 전염병을 퍼뜨리자 당황한 유비군은 동맹에서 이탈한다. 이어지는 반격. 주유는 조조의 첩자로 흘러든 옛 친구를 이용해 조조군에서 유일하게 수전 경험이 있는 장수들을 제거한다. 그 사이 공명은 안개 낀 장강에 배를 띄워 조조로부터 화살 10만개를 받아온다.

1·2편을 합쳐 200분 넘게 달려온 영화는 본격적인 전쟁으로 접어든다. 화공을 결심한 주유는 동남풍을 기다리지만, 풍향이 바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순간, 절세미인인 주유의 부인 소교(린즈링)가 홀몸으로 적진에 뛰어든다.

마침내 바람이 바뀌고, 분노한 주유의 화선들이 조조의 백만대군 앞으로 돌진한다. 장강을 가득 메운 조조의 병선들이 한순간 잿더미로 바뀌는 광경은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준 헬름 계곡의 전투와 견줄 만한 스펙타클을 선사한다. 실감 나는 장면을 위해 너비가 36m에 이르는 모형 배를 100척 넘게 만들었다고 한다. 적진으로 무모하게 뛰어들다가 화살 두 대를 맞고 후퇴하는 장비나, 등을 맞댄 주유와 조자룡이 적들을 처치해 나가는 모습은 우위썬 감독의 전작 <영웅본색>과 <첩혈쌍웅> 속 영웅들의 모습과 닮았다.

그러나 역사 속 적벽대전은 ‘거대한 배신’으로 가는 전초전이다. 주유는 제갈공명의 무서운 재능을 알아채고 목숨을 거두려 하고, 위기를 벗어난 공명은 재빠른 솜씨로 형주를 손에 넣는다. 결국 주유는 홧병에 걸려 서른일곱 나이에 숨을 거둔다. 80년대 홍콩의 뒷골목이 ‘의리’의 세계가 아니었던 것처럼, 적벽의 그날도 사내들의 순정으로 빛나던 밤은 아니었다. 22일 개봉.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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