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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미국판 ‘집으로’ 세컨핸드 라이온스

등록 2005-05-12 17:39수정 2005-05-12 17:39



괴팍한 할아버지
사춘기 조카손자
마음의 빗장 열기

<세컨핸드 라이온스>는 얼핏 소년과 늙은 사자와의 우정을 그린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중고 사자’를 뜻하는 제목 때문이다. 게다가 소년과 로봇의 우정을 그려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1999)의 각본을 썼던 팀 맥캔리스가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았다. 영화에는 실제로 늙은 사자 한 마리가 나온다. 그런데 제목은 왜 ‘라이온’이 아니라 둘 이상을 뜻하는 ‘라이온스’가 됐을까?

변성기에 막 접어든 소년 월터(할리 조엘 오스먼트)는 엄마 손에 이끌려 어느 한적한 시골집에 다다른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겠다는 엄마가 자신의 삼촌들에게 아들을 맡긴 것이다. 하지만 물건을 팔러 온 영업사원에게 총질을 해댈 정도로 괴팍한 이들 형제에게 조카 손자는 그저 귀찮기만 하다. 유산을 노리고 비비적거리는 다른 조카 가족들과 다름없는 존재일 뿐이다.

살을 맞대고 살다보면 진심이 통하는 길이 열리는 법. 할아버지뻘 되는, 엄마의 삼촌 형제의 젊은 시절을 궁금해하는 월터에게 형제의 동생인 거스(마이클 케인)가 모험담을 들려주면서 이들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거스의 얘기 속에서 그의 형 허브(로버트 듀발)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영웅이다. 아프리카를 떠돌며 온갖 모험을 하고, 한 여자를 뜨겁게 사랑했으며, 큰 돈도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마치 밀림을 호령한 사자와도 같다.

그러던 어느날 월터는 삼촌들이 마피아 조직원이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또 헛간 바닥에 엄청난 양의 현금 뭉치가 숨겨진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월터는 혼란스러워 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엄마와 함께 갑자기 찾아온 남자가 삼촌들은 은행강도였다며 숨겨진 돈의 위치를 말하라고 윽박지르면서 월터는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영화에는 실제 ‘중고 사자’가 등장하는 대목도 잠깐 있다. 삼촌들이 사냥의 손맛을 느끼기 위해 동물원에서 폭싹 늙어버린 사자 한 마리를 사들인 것이다. 다행히 사자와 친구가 되기를 원한 월터 덕에 목숨을 건지게 되지만, 위기에 빠진 월터를 구해내고 자신의 목숨을 다하게 된다. 이 실제 사자와 할아버지 형제가 한 느낌으로 엮어지면서 ‘세컨핸드 라이온스’가 된 것이다.

영화는 할아버지 형제의 아프리카 모험담을 화면으로 재현해 영화 중간중간에 배치한다. 팀 버튼 감독이 주인공의 현재 시점과 주인공 아버지의 과거 모험담을 수없이 교차시키면서 이끌어간 영화 <빅 피쉬>처럼 관객은 그 모험담이 진짜인지 엉터리인지 알지 못한 채 마치 판타지를 보듯 영화를 따라가게 된다. “아프리카 얘기가 사실이냐?”는 월터의 물음에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뭔가를 믿는다는 건 믿을 가치가 있기 때문에 믿는 거야”라고 답하는 허브의 말에 담긴 여운이 깊다.


<식스 센스>에서 귀신을 보는 9살 소년 역을 맡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성장한 모습이 어딘지 어색하면서도 반갑다. 형제 역을 맡은 두 노장배우의 농익은 연기도 영화에 무게감을 더한다. 19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영화풍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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