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추방된 사람들>은 프랑스에 사는 두 젊은 남녀가 아프리카 알제리를 찾아가는 로드무비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여행 과정에서의 모험담을 중심으로 주제를 풀어가는 로드무비와는 차별화된다. 이들의 여행은 스스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한 뿌리를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사는 청년 자노(로맹 뒤리스)가 고층건물 창밖으로 도시 풍경을 내려다 보는 장면 위로 화려한 테크노 음악이 깔린다. 누구보다도 도회적인 삶을 누리는 것 같지만, 한때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계 2세인 자노는 이곳에서 이방인일 뿐이다. 뿌리를 찾아 나서기로 한 자노는 여자친구 나이마(루브나 아자벨)와 함께 알제리를 향한 여정에 나선다. 하지만 나이마는 자신의 뿌리가 궁금하지 않다. 아랍계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은 그저 프랑스인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배와 기차를 타고, 혹은 걸어서 가는 먼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가는, 다시 말해 이들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자노와 나이마의 부모가 걸었던 길을 되풀이하는 알제리인들의 여정은 숙명과도 같고, 이를 거슬러올라가는 자노와 나이마는 강을 거스르는 연어와도 같다. 여행 도중 스페인에서 듣게 되는 플라멩코의 자유분방한 선율은 보헤미안의 영혼을 느끼게 한다.
5천㎞의 여정을 마치고 도착한 알제리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이방인이다. 프랑스인도, 알제리인도 아닌, 그 어디에서도 추방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영혼 속 뿌리를 일으켜 세운 건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타악기의 울림이 넘실대는 전통 음악 속에 치러진 종교의식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던 자노와 나이마는 정체성을 찾게 된다. 15분이나 되는 롱테이크의 이 장면은 관객마저 무아지경에 빠지게 만든다.
영화를 만든 토니 갓리프 감독은 집시 어머니와 아랍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알제리계 프랑스인으로, “예순이 다된 지금까지도 보헤미안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영화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음악에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투영한 셈이다. 20일 개봉.
서정민 기자, 사진 희희낙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