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자승의 코끝 찡한 성장기
동승(M 밤 12시)= 산사에서 자라는 동승의 일상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속세에 대한 호기심 등을 그리면서 불교의 진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영화. 아홉살짜리 애기스님 도념과 이제 막 청년기에 들어선 총각스님 정심, 그리고 나이 지긋한 큰스님이 살고 있는 작은 산사가 배경이다. 아랫마을 사는 초부 아저씨가 지난해 도념에게 “이만큼 자라면 엄마가 찾아올 거야”라며 표시해둔 나무줄기의 생채기 높이보다 훌쩍 커도 엄마는 찾아오지 않고 외로운 도념은 속만 탄다. 절제하기 힘든 성적 욕망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돈 좀 달라”며 큰스님을 쫓아다니는 정심과 큰스님의 실랑이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하릴없이 보내던 도념에게 예쁜 아줌마가 나타나 가슴 설레게 한다.
〈동승〉은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엄격한 구도영화라기보다는 엄마에 대한 동승의 애틋한 그리움과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가짜’엄마와의 이별을 통해 성숙하는 소년의 성장영화에 가깝다. 부모가 궁금하고 세상이 궁금한 꼬마스님과 보살 앞에서 멋있게 보이고 싶어하는 총각스님, 그리고 엄하면서도 살가운 큰스님의 일상사가 정겹게 그려진다. 산사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이 은근한 미소를 짓게 만들면서도 도념이 엄마를 찾기 위해 눈밭을 헤치며 절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코끝 찡한 여운을 남긴다. 2003년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주경중 감독. 전체 시청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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