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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새만금 끝나지 않았다…연작영화 계속될 것”

등록 2009-04-08 20:58

다큐 ‘살기 위하여’ 이강길(42) 감독
다큐 ‘살기 위하여’ 이강길(42) 감독
다큐 ‘살기 위하여’ 이강길 감독
세번째 작품…어민들 목소리 날것 그대로 담아
3년 만의 극장 개봉에도 마음은 여전히 무거워
서해안 새만금을 지키려는 이들의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살기 위하여>의 언론 시사회가 열린 6일, 아침 신문에는 대기업이 새만금 간척지 농업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강길(42) 감독의 신경이 곤두섰다. 지난달 새만금 산업단지 기공식 보도를 들었을 때도 그랬다. 자신의 영화 <살기 위하여>를 완성한 지 3년 만에 극장에 올리게 됐지만, 이 감독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시사회 다음날 서울 서교동에 있는 그의 숙소 겸 작업실을 찾으니, 아니나 다를까 첫마디부터 새만금 걱정을 풀어놓는다. “10월부터 방조제 안 곳곳에서 물막이(방수제) 공사에 들어가면 바다와 갯벌뿐 아니라 주변 산까지도 다 망칠 거예요. 바다를 메울 흙과 돌을 거기서 캐거든요. 볍씨 자국 토기가 출토된 산까지 파헤치고 있는걸요. 돈 앞에선 문화유적이고 뭐고 없는 거죠.” 그는 위성사진을 가리키며 전문가처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감독이 처음부터 새만금을 잘 알았던 건 아니다. 일본에서 영화 촬영 공부를 하고 돌아와 다큐 공동체 ‘푸른 영상’에서 활동하던 2000년께 새만금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새만금 지키기 운동을 하던 문규현 신부가 ‘푸른 영상’에 다큐 제작을 요청했다.

“제가 낙점된 건, 순전히 미혼인데다 시골스러운 외모 탓이었죠. 하하.”


다큐 ‘살기 위하여’
다큐 ‘살기 위하여’
이 감독은 석달 일정으로 전북 부안에 내려갔다. 처음엔 지역 운동가들을 따라다니며 영상을 찍었다. 그러다 문득 어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어졌다. 길에서 만난 어민들은 카메라를 피했다. 갯벌을 바라보는데, 거북이 등딱지 모양의 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계화도였다. ‘그래, 저길 들어가보자.’ 그곳 술집에서 만난 어민들은 너무 많은 얘기들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운동가들이 아니라 이들 얘기를 담아야겠다.’ 남은 한달 반을 계화도에서 보냈다. 동갑내기 친구도 여럿 사귀었다. 예정된 석달이 지났다. 어민들이 마련해준 환송회 자리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이젠 너도 떠나고…, 서울 가면 우릴 다 잊어버리겠지?”

서울에 올라왔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내려갔다. 고향이자 일터이자 놀이터인 갯벌과 바다를 지키려는 어부의 가슴을 날것 그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이집 저집에서 밥도 주고 재워도 줬다. 이 감독은 뱃일을 도우며 밥값을 했다. 1년 중 아홉달을 계화도에서 보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가 흘렀다. 그동안 정부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과 어민들의 실핏줄까지 막아버린 끝물막이 공사가 있었다. 부안 핵폐기장 사태도 있었다. 이 모든 게 이 감독의 카메라에 담겼다. 그 결과물이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2001) <새만금 핵폐기장을 낳다>(2004) <살기 위하여>(2006)로 이어진 <어부로 살고 싶다> 연작물이다. 오는 16일 인디스페이스, 시네마 상상마당, 씨지브이 무비꼴라쥬 등에서 개봉하는 <살기 위하여>는 어느 언론매체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어민들의 목소리를 처절하게 대변한다. “그냥 이대로 바다와 갯벌에서 살게 내버려두라”고 외칠 뿐인 어민들 눈에 보상만을 우선시하는 대책위원회 관계자나 대법원 판결 이후 무기력감에 빠져버린 환경단체 사람들이 곱게 보일 리 없다. 이들에 대한 날선 비판마저 영화는 고스란히 담았다.

“새만금 사태는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10월에 배수관문마저 막으면 그땐 새만금이 완전히 죽는 거예요. 그래도 어부 친구들이 거기 남아 있는 한 새만금 연작을 계속 만들 겁니다.” 그는 천생 ‘카메라를 든 어부’인 듯했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시네마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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