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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남자, 그리고 여자 셋’ 욕망에 솔직해져봐

등록 2009-04-13 08:16수정 2009-04-13 08:37

우디 앨런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한남자와 세여자 4각 로벤스
인간의 미묘한 감정변화 관찰
‘노인…’ 살인마, 섹시남 변신
16일 개봉하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시시한 제목만 보고 외면해 버리기엔 아까운 영화다. 이 영화를 마음 속으로 내치기 전에, 주연 배우들의 화려한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우디 앨런(74)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지적이고 재치있는 영화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작가이자 감독인 우디 앨런은 이번 영화에서 욕망과 아이러니라는 자신의 전통적인 주제를 전혀 심각하지 않게 농담하듯이 풀어놓는다.

<할리우드 엔딩>(2002) 이후 ‘할리우드 생활을 끝내고’ 주로 유럽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우디 앨런이 이번에 당도한 곳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비키(레베카 홀)와 크리스티나(스칼렛 요핸슨)가 낭만과 활력이 넘치는 지중해 연안의 도시 바르셀로나에 놀러 가서 겪은 일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이다.)

여행지에서의 첫날, 들떠 있는 두 단짝 친구 앞에 매력적인 화가 후안 안토니오(하비에르 바르뎀)가 나타나, 셋이서 같이 섹스를 하자고 제안한다. 비키와 크리스티나의 반응은 극단으로 엇갈린다. 모험을 좋아하는 크리스티나는 단번에 승낙하고, 보수적인 비키는 “이상한 사람”이라며 안토니오를 몰아세운다. 그러나 결국 셋은 안토니오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안토니오의 ‘영역’으로 떠나게 된다.

안토니오의 제안에 대한 비키와 크리스티나의 상반된 반응은 욕망 혹은 삶 자체에 대한 두가지 태도를 대변한다. 우디 앨런은 ‘심리 분석의 대가’답게 전지적 시점으로 그들의 변화를 관찰한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크리스티나는 안토니오의 집에서 동거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비키는 ‘실수로’ 안토니오와 하룻밤을 보낸 뒤, 그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곤 죄의식을 느낀다. 욕망에 솔직했던 감독 자신의 인생관이 투영된 설정이다.(현재 우디 앨런의 부인인 순이 프레빈은 우디 앨런의 전 부인 미아 패로우가 한국에서 입양한 딸이다. 1992년 앨런과 패로우가 헤어진 이유는 앨런이 찍은 순이의 알몸 사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안토니오의 전 아내 마리아 엘레나(페넬로페 크루즈)가 자살을 기도하자, 안토니오가 엘레나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게 되는데, 크리스티나는 엘레나와도 연인이 된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라는 한국어 제목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제목은 상투적인 로맨스 영화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영화의 주제와 전체 내용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결말은 아주 경쾌하다. 크리스티나는 버릇처럼 새로운 사랑을 찾아 안토니오와 엘레나를 떠난다. 안토니오가 비키를 마지막으로 유혹하는 장면에서 총이 등장하긴 하지만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출세를 위해 사랑했던 여자를 총으로 쏘아버렸던 <매치 포인트>(2005)의 비극적인 결말과는 사뭇 다른 해피엔딩이다.

전신마비 환자(<씨 인사이드>), 냉혈한 살인마(<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두각을 나타낸 하비에르 바르뎀이 이토록 성적 매력이 넘치는 남자였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화가 나면 스페인어를 쏟아내는 불같은 성격의 화가로 출연한 페넬로페 크루즈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이 부족할 정도로 열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우디 앨런의 영화에 단골 출연하는 스칼렛 요핸슨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도시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아가씨를 잘 소화한다. 안토니오가 비키를 유혹하려고 데려가는 기타 연주회 등 아름다운 음악도 영화를 풍요롭게 하는 요소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유레카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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