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기자
5월21일 개막하는 6회 서울 환경영화제 기자회견이 지난 28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렸다. 영화제 프로그램을 알리는 두툼한 책자와 함께 두 장짜리 보도자료를 따로 나눠줬다. ‘환경부 지원금 교부 관련 결정 지연에 따른 서울 환경영화제의 입장’이라는 제목에 프로그램 책자보다 먼저 눈이 갔다.
내용은 “환경부가 국회 예산 심의까지 통과한 지원금 2억원을 아직도 별다른 이유 없이 주지 않아 영화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환경부는 지난해 5회 영화제부터 예산 2억원을 지원했다. 영화제 1년 예산(9억5000만원)의 21%에 해당한다. 6회 영화제 지원도 지난해 5월부터 협의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관련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행사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환경부는 공식 답변조차 없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환경재단은 야외 행사, 전시, 체험전, 리셉션 등 영화 상영을 제외한 다른 행사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집행위원장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정부가 저탄소 녹색 성장을 말하면서도 정작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를 얘기하는 영화제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기시감이 느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예정됐던 지원을 철회한 행태와 판박이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당시 문화부는 선정위원장인 진보 성향의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경력서 등을 검토한 뒤 이런 결정을 내렸다. 결국 시상식은 2주 뒤로 미뤄져 규모를 크게 축소한 채 치러야 했다. 환경부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영화제 사업 성과와 지원 여부를 현재도 검토중”이라며 “지원금이 불법 촛불시위를 했던 시민단체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일부 우려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지금 정부는 문화마저 네편 내편으로 재단하는 듯하다. 이런 보도자료는 정말, 다시 받고 싶지 않다.
서정민 기자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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