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시선 받은 ‘마더’ 봉준호 감독
칸 시선 받은 ‘마더’ 봉준호 감독
단독 공식 초청은 처음…히치콕에 견주는 등 현지서 호평
모성의 어두운 광기 표현…“전반부 느린 호흡은 의도한 것”
단독 공식 초청은 처음…히치콕에 견주는 등 현지서 호평
모성의 어두운 광기 표현…“전반부 느린 호흡은 의도한 것”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62회 칸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됐다. 현지 반응은 꽤 좋은 편이다. 경쟁 부문이 아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속해 따로 별점을 매기지는 않지만, 히치콕과 알모도바르에 견주는 현지 리뷰가 나올 정도다. 17일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봉 감독은 육중한 체구에 썩 잘 어울리는 굵은 저음으로, 특유의 현란한 비유법을 구사했다.
-2006년 <괴물>, 2008년 <흔들리는 도쿄>로 칸에 왔고,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다. 소감은?
“단독 공식 초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경찰에 붙잡힌 아들 도준(원빈)을 구하려고 엄마(김혜자)가 직접 진범을 찾아나선다는 <마더>의 줄거리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억력과 판단력이 미약한 도준에 대해 엄마는 늘 노심초사한다.
-이 영화를 간절히 하고 싶었다고 한 적이 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가?
“사물이건 감정이건 이면을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모자 관계라고 하면 대개 숭고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때로는 어떤 선을 넘거나 순식간에 어두운 광기가 될 수도 있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그것이다.”
자식 사랑이라는 맹목 아래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비이성적인 행위들과 봉 감독이 말하는 모성의 어두운 광기를 연결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봉 감독의 ‘한국 사회에 말 걸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계속된다. 벤츠 타고 골프 치러 가는 부유층들, 탐문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동네 바보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형사들, 룸살롱에서 사건을 무마하려 드는 변호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맨얼굴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무능한 경찰이 등장한다. “<살인의 추억>을 추억하는 느낌이었다. 지방 혹은 시골이라는 배경도 비슷하다. <살인의 추억>의 1980년대와 <마더>의 2000년대가 같은 듯 다른 점이 있다. 아둔하고 나른한 느낌은 비슷하지만, 직접적인 폭력에서 엉뚱하고 간접적인 폭력으로 바뀌는 등 다른 모습이 있다.” -차기작인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가 원작이다. <설국열차>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 수 있을까? “규모가 크고 강력한 오락영화로 만들려고 한다. 지구에 재앙이 와서 영하 60~70도까지 내려간 상태에서 소수의 생존자들이 달리는 기차에 갇혀 살아가는 얘기다. 노아의 방주 같은 건데, 멈추면 모두 죽는다. 왜 이코노미석 타고 1등석이나 비즈니스석 쪽을 보면 기분 나쁘지 않나. 이 기차 속에도 그런 게 있다. 그래서 생존자들끼리 싸우게 된다. 되게 격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 (상업성이 강한 영화라서) 경쟁 부문에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더>는 기존의 스릴러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과도한 능력을 부여하면서 사건의 열쇠를 찾는 대신, 또다른 영화적 출구를 발견한다. 대중영화를 만들면서도 기존 장르의 관습을 뒤집는 그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살인의 추억>과 <괴물>의 연장선상에 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곳곳에 지뢰를 숨기듯 복선을 깔아놓은 세심함도 여전하다. 처음과 마지막의 춤 장면은 한국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수미상응이다. 하지만 한국의 전형적인 엄마 캐릭터를 쌓아올리는 영화 전반부를 지루해할 관객이 많을 것 같다. 봉 감독은 이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반부의 호흡이 느리다는 걸 알고 있다”며 “감정을 응축했다가 후반부에서 ‘빵’ 하고 터지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칸/글·사진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62차 칸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마더>의 배우 원빈, 김혜자씨, 봉준호 감독, 진구(왼쪽부터)씨가 16일 시사회장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무능한 경찰이 등장한다. “<살인의 추억>을 추억하는 느낌이었다. 지방 혹은 시골이라는 배경도 비슷하다. <살인의 추억>의 1980년대와 <마더>의 2000년대가 같은 듯 다른 점이 있다. 아둔하고 나른한 느낌은 비슷하지만, 직접적인 폭력에서 엉뚱하고 간접적인 폭력으로 바뀌는 등 다른 모습이 있다.” -차기작인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가 원작이다. <설국열차>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 수 있을까? “규모가 크고 강력한 오락영화로 만들려고 한다. 지구에 재앙이 와서 영하 60~70도까지 내려간 상태에서 소수의 생존자들이 달리는 기차에 갇혀 살아가는 얘기다. 노아의 방주 같은 건데, 멈추면 모두 죽는다. 왜 이코노미석 타고 1등석이나 비즈니스석 쪽을 보면 기분 나쁘지 않나. 이 기차 속에도 그런 게 있다. 그래서 생존자들끼리 싸우게 된다. 되게 격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 (상업성이 강한 영화라서) 경쟁 부문에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더>는 기존의 스릴러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과도한 능력을 부여하면서 사건의 열쇠를 찾는 대신, 또다른 영화적 출구를 발견한다. 대중영화를 만들면서도 기존 장르의 관습을 뒤집는 그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살인의 추억>과 <괴물>의 연장선상에 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곳곳에 지뢰를 숨기듯 복선을 깔아놓은 세심함도 여전하다. 처음과 마지막의 춤 장면은 한국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수미상응이다. 하지만 한국의 전형적인 엄마 캐릭터를 쌓아올리는 영화 전반부를 지루해할 관객이 많을 것 같다. 봉 감독은 이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반부의 호흡이 느리다는 걸 알고 있다”며 “감정을 응축했다가 후반부에서 ‘빵’ 하고 터지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칸/글·사진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