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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반응 안 나빠 다행”

등록 2009-05-18 19:29수정 2009-05-19 00:33

칸 시선 받은 ‘마더’ 봉준호 감독
칸 시선 받은 ‘마더’ 봉준호 감독
칸 시선 받은 ‘마더’ 봉준호 감독
단독 공식 초청은 처음…히치콕에 견주는 등 현지서 호평
모성의 어두운 광기 표현…“전반부 느린 호흡은 의도한 것”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62회 칸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됐다. 현지 반응은 꽤 좋은 편이다. 경쟁 부문이 아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속해 따로 별점을 매기지는 않지만, 히치콕과 알모도바르에 견주는 현지 리뷰가 나올 정도다. 17일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봉 감독은 육중한 체구에 썩 잘 어울리는 굵은 저음으로, 특유의 현란한 비유법을 구사했다.

-2006년 <괴물>, 2008년 <흔들리는 도쿄>로 칸에 왔고,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다. 소감은?

“단독 공식 초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경찰에 붙잡힌 아들 도준(원빈)을 구하려고 엄마(김혜자)가 직접 진범을 찾아나선다는 <마더>의 줄거리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억력과 판단력이 미약한 도준에 대해 엄마는 늘 노심초사한다.

-이 영화를 간절히 하고 싶었다고 한 적이 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가?

“사물이건 감정이건 이면을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모자 관계라고 하면 대개 숭고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때로는 어떤 선을 넘거나 순식간에 어두운 광기가 될 수도 있다. 제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그것이다.”

자식 사랑이라는 맹목 아래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비이성적인 행위들과 봉 감독이 말하는 모성의 어두운 광기를 연결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봉 감독의 ‘한국 사회에 말 걸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계속된다. 벤츠 타고 골프 치러 가는 부유층들, 탐문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동네 바보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형사들, 룸살롱에서 사건을 무마하려 드는 변호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맨얼굴을 보여준다.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62차 칸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마더>의 배우 원빈, 김혜자씨, 봉준호 감독, 진구(왼쪽부터)씨가 16일 시사회장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62차 칸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마더>의 배우 원빈, 김혜자씨, 봉준호 감독, 진구(왼쪽부터)씨가 16일 시사회장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무능한 경찰이 등장한다.

“<살인의 추억>을 추억하는 느낌이었다. 지방 혹은 시골이라는 배경도 비슷하다. <살인의 추억>의 1980년대와 <마더>의 2000년대가 같은 듯 다른 점이 있다. 아둔하고 나른한 느낌은 비슷하지만, 직접적인 폭력에서 엉뚱하고 간접적인 폭력으로 바뀌는 등 다른 모습이 있다.”

-차기작인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가 원작이다. <설국열차>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 수 있을까?

“규모가 크고 강력한 오락영화로 만들려고 한다. 지구에 재앙이 와서 영하 60~70도까지 내려간 상태에서 소수의 생존자들이 달리는 기차에 갇혀 살아가는 얘기다. 노아의 방주 같은 건데, 멈추면 모두 죽는다. 왜 이코노미석 타고 1등석이나 비즈니스석 쪽을 보면 기분 나쁘지 않나. 이 기차 속에도 그런 게 있다. 그래서 생존자들끼리 싸우게 된다. 되게 격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 (상업성이 강한 영화라서) 경쟁 부문에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더>는 기존의 스릴러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과도한 능력을 부여하면서 사건의 열쇠를 찾는 대신, 또다른 영화적 출구를 발견한다. 대중영화를 만들면서도 기존 장르의 관습을 뒤집는 그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살인의 추억>과 <괴물>의 연장선상에 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곳곳에 지뢰를 숨기듯 복선을 깔아놓은 세심함도 여전하다. 처음과 마지막의 춤 장면은 한국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수미상응이다. 하지만 한국의 전형적인 엄마 캐릭터를 쌓아올리는 영화 전반부를 지루해할 관객이 많을 것 같다. 봉 감독은 이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반부의 호흡이 느리다는 걸 알고 있다”며 “감정을 응축했다가 후반부에서 ‘빵’ 하고 터지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칸/글·사진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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