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니 르콩트 감독
프랑스 입양 우니 르콩트 감독, 칸 영화제 초청
우니 르콩트(43·사진)의 한국 이름은 ‘은희’였다. 양부모는 은희에게 본명과 가장 비슷한 이름을 지어줬다. 1975년 9살의 나이에 그는 보육원으로 보내졌고, 1년 뒤 프랑스로 입양됐다. 그로부터 33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는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한 영화 <여행자>로 제 62회 칸 영화제 특별상영 부문에 초청됐다. 이 영화는 그의 첫 영화로,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작 중 하나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어 브랜드 뉴 라이프>다. 영화의 주인공인 9살 진희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서울 근교의 한 보육원에 맡겨진다. 진희는 아빠가 다시 돌아올 거라며 입양을 거부하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자 운명을 받아들여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괴물>에서 송강호의 중학생 딸로 출연했던 고아성도 출연한다. 자전적 이야기 ‘여행자’ 제작은 이창동 감독
17년전 생모 상봉…“엄마 해주는 음식 맛있어” 르콩트 감독은 “입양에 대한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버려지고 헤어진 사람들이 이별의 경험을 극복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보편적인 감정을 이끌어내고 싶었다”며 “지금까지의 다른 입양아 영화와 달리 부모나 양부모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으로 이별과 만남을 다루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영화는 특별한 경험을 털어내기 위한 운명적 도구였는지도 모른다. 파리의상학교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영화 의상 관련 일을 하던 그는 프랑스 현대영화를 대표하는 올리비에 아사야스(<사랑을 부르는 파리> <사랑해, 파리>)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첫발을 뗐다. 친엄마를 찾은 것도 영화 덕분이다. 92년 자신의 뿌리를 찾아 서울에 온 입양아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그의 사연이 신문에 소개됐다. 영화는 중단됐지만, 신문 기사를 본 친엄마가 그를 찾아온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는 친부모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통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한국에 갈 때마다 친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평화롭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자>의 엔딩 크레딧에는 이번 칸 영화제 심사위원인 이창동 감독의 이름이 올라 있다. <밀양>의 프랑스 개봉 당시 이 감독을 처음 만난 르콩트 감독이 <여행자> 시나리오를 보여줬고, 이 감독은 “단순하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제작자로 나섰다. 르콩트 감독은 “이 감독은 나의 안내자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웠는데, 재능이 없어서 그런지 배우다 포기하기를 여러번 반복했다”며 “다음 작품을 한국에서 찍게 된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한국어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칸/글·사진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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