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레이미 감독 ‘드래그 미 투 헬’
샘 레이미 감독 ‘드래그 미 투 헬’
<스파이더 맨>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이, 실은 공포영화의 대가라는 사실을 아는가? 그렇다면 공포영화 골수팬 자격 시험 첫 단계 통과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떨치는 디딤돌이 된 공포영화 제목은? <이블 데드>(1981)라고 답할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기까지 했다면, 두번째 단계도 통과. 샘 레이미가 아예 직접 차린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이름은? ‘고스트 하우스 픽처스’를 안다면, 축하한다. 최종 단계 통과다.
통과하지 못했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이블 데드> 3부작 이후 18년 만에 공포영화로 돌아온 샘 레이미의 신작 <드래그 미 투 헬>을 보는 데 자격증 따윈 중요하지 않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거나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들마저도 자신있게 극장 문을 밀치고 들어가도 좋다. 11일 개봉하는 <드래그…>는 롤러코스터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쾌감지수 100%’의 오락영화니까.
은행 대출 상담원 크리스틴(알리슨 로먼)에게 어느날 집시 노파가 찾아온다. 대출 연장을 받지 못하면 집을 빼앗길 위기에 빠진 노파는 통사정한다. 평소 같으면 사정을 봐줬을 크리스틴이지만, 이번엔 팀장 승진을 앞두고 머릿속이 복잡하다.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점장의 지적을 떠올리며 끝내 노파의 청을 거절한다. 모욕을 당했다고 느낀 노파는 크리스틴에게 악마의 저주를 걸고, 이날 이후 크리스틴은 낯설고 기이한 공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도입부부터 크리스틴의 뒤엉킨 심경을 세밀하게 잡아내는 연출력이 돋보이더니, 이후부턴 공포 코드를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감독의 장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팽팽한 긴장감 사이사이 박힌 ‘비(B)급 영화’스러운 유머와 재치는 퍽퍽한 백설기 속 건포도처럼 새콤달콤하다. 공포와 긴장으로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갑자기 위아래로 흔들며 키득거리게 되더라도 자신의 정신 세계를 의심하지 말자. 모든 게 샘 레이미의 마법이니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퍼스트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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