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 재난영화 ‘해운대’
7·8월 기대작 줄줄이 개봉
최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가라앉았던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제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이어나갈 다음 개봉작들을 벌써부터 기다린다. 영화계 안팎에선 올여름 잇따라 개봉하는 기대작 세 편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 식인 멧돼지와의 사투를 그린 괴수영화 <차우>,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국가대표>. 이들 세 편은 모두 한국 영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 윤제균 감독 재난영화 ‘해운대’
거대한 해일 해운대를 삼킨다
국내 최초 재난 블록버스터
‘투모로우’ 프로듀서 CG 참여
2004년 말 타이 푸껫을 삼켰던 쓰나미가 부산 해운대를 덮친다면? 7월 개봉하는 <해운대>는 상상만으로도 몸서리쳐지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재난 블록버스터다.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을 연출하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제작한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웃음과 감동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그다. <해운대>에 대한 기대감은 윤 감독의 이름과도 맞닿아 있다.
사실 이런 성격의 재난영화는 할리우드에서 흔하다. 2004년 개봉한 <투모로우>는 모든 자연 재해의 극단을 보여줬다. 거대한 해일이 도시를 덮치는 장면은 꽤나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해운대>만이 가지는 확실한 장점이 하나 있다. 익숙한 곳에서의 낯선 느낌이 주는 재미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그랬다. 비슷한 괴수영화는 할리우드에 차고 넘치지만, <괴물>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인 한강을 배경으로 강한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피서철이면 뉴스 화면에서 늘 봐오던, 노란 파라솔 가득한 해운대 모래사장을 집채만 한 파도가 삼키는 광경은,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잠기는 광경보다 훨씬 처절하게 와닿을 듯하다. 영화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컴퓨터그래픽(CG)은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등에 참여했던 시지 프로듀서 한스 울릭이 맡았다. 공개된 예고편 영상을 보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내몰리는 이들 또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필부필부이기에 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해운대 선착장 상가번영회 회장 최만식(설경구), 선착장 무허가 횟집 주인 강연희(하지원), 해양연구소 지질학자 김휘(박중훈), 김휘의 전처이자 국제 이벤트 전문가인 이유진(엄정화), 최만식의 동생이자 해양구조대원인 최형식(이민기) 등이 대자연과 사투를 벌인다.
■ 신정원 감독 괴수 영화 ‘차우’ 식인 멧돼지가 당신을 노린다 현실적인 맹수 공포감 증폭
엄태웅·장항선 열연 돋보여
국내에서 괴수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가까이로는 <괴물> <디워>가,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최무룡·엄앵란이 출연한 <불가사리>(1962)도 있다. 하지만 이들 영화 속 괴수는 상상 속 존재다. 7월 개봉하는 <차우>의 차별점은 여기서 비롯된다. 얼마든지 존재할 법한 식인 멧돼지를 소재로 삼았다. 따지자면 <죠스> <엘리게이터> <아나콘다>처럼 현실적인 맹수 영화의 한국형 버전인 셈이다. 독특한 공포영화 <시실리 2㎞>의 신정원 감독이 연출했다.
조용한 산속 마을 삼매리에서 참혹하게 찢긴 주검이 발견된다. 뒤이어 무차별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이 사건으로 손녀를 잃은 전직 포수 천일만(장항선)은 변종 식인 멧돼지 ‘차우’의 짓임을 확신한다. 서울에서 좌천돼 삼매리에 내려온 김 순경(엄태웅) 또한 행방불명된 노모가 차우에게 당했음을 직감한다. 이들은 동물생태 연구가 변수련(정유미), 전문 사냥꾼 백 포수(윤제문), 사건 수사를 맡은 신 형사(박혁권) 등과 함께 ‘5인의 추격대’를 결성하고 차우를 잡으러 산속으로 들어간다.
실제로 멧돼지가 민가를 습격한 사례는 많다. 2006년에는 전남 완도에서 밤마다 흑염소를 덮쳤던 280㎏짜리 멧돼지를 사살했다는 뉴스가 신문에 실렸다. 신 감독은 “멧돼지는 한국 생태계에서 사실상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사람까지 공격하는 맹수지만, 사람들은 그저 돼지의 한 종류로 친숙하게만 받아들인다”며 “이런 멧돼지의 이중성과 의외성에 착안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의 중심은 역시 차우일 터다. 차우의 온몸을 덮은 털과 발달된 근육, 몸통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할리우드와 국내의 시지(CG) 기술을 적절하게 조율했다고 한다. <해운대>에 참여한 할리우드 시지 프로듀서 한스 울릭이 <차우>에도 함께했다.
■ 김용화 감독 스포츠 영화 ‘국가대표’ 불가능하다고? 웃기지마! 스키점프 대표선수 감동 실화
하정우·김동욱 등 남성미 물씬
스포츠를 두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들 한다. 그래서인지 스포츠는 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여왔다. 특히 실화라면 더욱 그렇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400만 관객의 눈시울을 적셨다. 7월 말 또는 8월 초 개봉 예정인 <국가대표>는 핸드볼보다 더한 미지의 영역인 스키점프를 개척하는 이들을 조명한 영화다.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로 흥행 감독의 입지를 다진 김용화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국내에서 현재 스키점프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단 4명. 모두 국가대표다. 이들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도전에서 보란 듯 성공했다. 겨울 유니버시아드대회와 겨울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딴 것이다. <국가대표>는 그 감동 실화를 모티브 삼았다. 자메이카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실화를 소재로 전세계에 감동을 안긴 <쿨 러닝>을 연상시킨다.
이야기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 무주 겨울 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된다.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출신의 방종삼(성동일) 코치 아래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인 밥(하정우),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와 그 동생 봉구(이재응) 등이 모여든다. 시속 90㎞로 달리는 승합차 위에 매달리고, 폐장한 놀이공원 ‘후룸라이드’를 점프대로 개조해 뛰어내리는 등 훈련은 열악 그 자체다. 우여곡절 끝에 나가노 겨울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만, 한국이 차기 겨울 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면서 팀은 해체 위기에 처한다.
스키점프는 맨몸으로 90~120m를 날아가는 경기다.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들이 하늘로 비상하는 순간, 그 꿈은 이미 이뤄진 것인지도 모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 사진 씨제이엔터테인먼트·벤티지홀딩스·케이엠컬쳐 제공
‘투모로우’ 프로듀서 CG 참여
윤제균 감독 재난영화 ‘해운대’
■ 신정원 감독 괴수 영화 ‘차우’ 식인 멧돼지가 당신을 노린다 현실적인 맹수 공포감 증폭
엄태웅·장항선 열연 돋보여
신정원 감독 괴수 영화 ‘차우’
■ 김용화 감독 스포츠 영화 ‘국가대표’ 불가능하다고? 웃기지마! 스키점프 대표선수 감동 실화
하정우·김동욱 등 남성미 물씬
김용화 감독 스포츠 영화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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