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지? 나이가 들었나봐.”
주인공 모기(김강우 분)의 고민이다. 오로지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그 순간만을 즐기던 그가 어느 순간 털어놓은 속내다. 이 영화가 타깃으로 삼은젊고 어린 관객에게는 이 대사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약간 윗세대, 20대 후반으로만 가도 이 대사는 순간 가슴을 후벼판다.
스크린속 작열하는 젊음이 부럽지만 동시에 그 '끝'을 알기에 한편으로는 심란해진다.
'태풍태양'은 그러나 전반부에서는 흥겹기만 하다.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다.
그저 현재, 스케이트를 신고 달리는 그 사실만이 중요하다. 그래서 영화는 비교적풍성한 볼거리를 준다.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팅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감독의 친절한 설명이 화면에서 그대로 펼쳐진다.
마치 신나는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활기차고 감각적이다. 지루한 일상은 없다. 줄거리 역시 특별할 것 없다. 스케이트에 목숨 건 청춘들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 벽에 부딪혀 방황하다 흩어진다.
실제로 정재은 감독은 "이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소요(천정명 분)가 말하는 '난 지금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내미래가 어떻게 될지, 노인으로서의 삶이 어떻게 될지 신경을 쓰다보면 현재를 못 산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의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영화에서마저 현실의 고민을 마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영화는그러한 '의지'와는 달리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현실과 타협한 흔적을 남겼다.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분출하는 젊음만을 담아냈어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을텐데, 중간중간 '어설픈' 고민을 남겨놓았다. 갑자기 미국으로 도망가는 소요의 부모 에피소드나 피끓는 연인 사이에 아무런 스킨십이 없다는 것 등이 그러하다. "이건 다 키스마크야. 난 모든 사랑을 기억해"라며 스케이트를 타다 얻은 각종흉터를 '영광의 상처'인 듯 자랑하는 모기의 모습은 대단히 싱그럽다. 그런 그가 후반부 "어느새 다치는게 무섭고 겁나"라고 고백하는 모습까지 그의 캐릭터는 관객의몰입을 이끄는데 성공한다. 모기 캐릭터에서는 찰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 외 인물의 묘사와 에피소드들에서는 조금씩 누수 현상이 보인다. 연기력의 한계일 수도 있으나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기대되는 '살아있는 캐릭터'에는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태양'은 흥겹고 예쁜 젊음을 감상하는데는 손색이 없다. 막판에 흐르는 비틀즈의 노랫말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그 무엇도 날 변화시킬 수 없어)"가 관객에 따라서는 심금을 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6월 2일 개봉, 12세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그의 말처럼 영화에서마저 현실의 고민을 마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영화는그러한 '의지'와는 달리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현실과 타협한 흔적을 남겼다.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분출하는 젊음만을 담아냈어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을텐데, 중간중간 '어설픈' 고민을 남겨놓았다. 갑자기 미국으로 도망가는 소요의 부모 에피소드나 피끓는 연인 사이에 아무런 스킨십이 없다는 것 등이 그러하다. "이건 다 키스마크야. 난 모든 사랑을 기억해"라며 스케이트를 타다 얻은 각종흉터를 '영광의 상처'인 듯 자랑하는 모기의 모습은 대단히 싱그럽다. 그런 그가 후반부 "어느새 다치는게 무섭고 겁나"라고 고백하는 모습까지 그의 캐릭터는 관객의몰입을 이끄는데 성공한다. 모기 캐릭터에서는 찰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 외 인물의 묘사와 에피소드들에서는 조금씩 누수 현상이 보인다. 연기력의 한계일 수도 있으나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기대되는 '살아있는 캐릭터'에는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풍태양'은 흥겹고 예쁜 젊음을 감상하는데는 손색이 없다. 막판에 흐르는 비틀즈의 노랫말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그 무엇도 날 변화시킬 수 없어)"가 관객에 따라서는 심금을 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6월 2일 개봉, 12세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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