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젖병 일발장전!
<패시파이어>는 <트리플 엑스>로 이름을 떨친 젊은 액션 영웅 빈 디젤의 영화다. 역시 시작부터 바닷속으로 잠수해 해상작전을 수행하는 해군 특수부대원 울프(빈 디젤) 대위의 속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이 이어진다. 과학자를 구출하는 데 성공하고 한숨을 돌리는 순간, 예기치 못한 실수로 과학자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본격적인 영화의 흐름은 이후의 상황부터다. 최첨단 무기의 비밀을 간직한 채 숨진 과학자의 아이들을 보호하며 무기의 행방을 찾는 임무가 울프에게 떨어진 것이다. 언뜻 그럴싸한 작전 같지만, 실은 천방지축 다섯 남매를 돌봐야 하는 보모 역할이나 마찬가지. 반항기 넘치는 십대 소녀부터 기저귀를 찬 갓난아기까지, 여지껏 맞닥뜨린 그 어떤 적들보다도 막강한 악동들에게 둘러싸인 근육질 사나이의 눈물겨운 보육기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근육질 액션 스타의 가족 코미디 영화로,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유치원에 간 사나이>, 실베스타 스탤론의 <엄마는 해결사> 등의 계보를 충실하게 잇는다. 허리에 찬 탄띠에 탄창 대신 젖병을 채워넣고, 배낭에 군장 대신 기저귀를 담고, 앞뒤로 아기 하나씩을 안고 업은 빈 디젤의 모습에 웃지 않고 버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저귀를 갈기에 앞서 아기 엉덩이를 변기통 물 속에 담그고, 애를 재우기 위해 동물 춤을 추는 빈 디젤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하지만 영화 초반에서 “난 명령하고 넌 복종한다”고 외치는 울프의 군대식 교육이 별다른 변화 없이 끝까지 이어졌음에도 마침내 가정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설정은 어딘지 거슬린다. 군대문화에 찌든 울프가 따뜻한 가족애에 동화된 게 아니라, 가족들이 군대문화에 동화된 느낌이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적으로 등장한 이들이 한국말 대사를 어색하게 내뱉는 북한 사람이라는 설정도 편하지만은 않다. 미국에서의 흥행 성공이 국내에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해 보이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웨딩 플래너> <브링 다운 더 하우스> 등 코미디물을 만든 애덤 솅크먼이 감독했다. 3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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