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판’ 과 전혀 달라 비교해보는 재미 쏠쏠 지난 2003년 개봉했던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미국판 <링>은 원전인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일본판 <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영화였다. 1주일 안에 복사한 비디오 테이프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귀신이 텔레비전 밖으로 기어나와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다는 기본 설정은 물론, 주요 등장인물과 스토리도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다음달 3일 개봉하는 나카타 감독의 미국판 <링2>는 같은 감독의 일본판 <링2>와 근본적으로 다른 영화다. 미국판 <링2>는 주인공 레이첼(나오미 왓츠, 일본편 레이코)과 아들 에이단(데이비드 도프만, 일본편 요이치)이 전편의 악몽같은 기억을 떨치기 위해, 작은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레이첼은 아들에게 귀신 사마라(일본편 사다코)의 원혼이 씌워졌음을 알게 되고, 이를 풀기위해 저주의 실체 속으로 파고든다. 미국판과 일본판 <링2>의 ‘결정적인 차이’는 레이첼에서 비롯되며, 이 시작은 1편 결말부분의 ‘사소한 차이’에서 시작됐다. 일본 <링>의 결말에서 레이코 남편의 죽은 모습을 처음 발견한 것은 단역인 그의 조교. 하지만 그 여자는 <링2>에서 사람의 마음과 과거를 읽는 초능력자로 드러나며, 영화 초반 죽는 레이코 대신 요이치를 보호하고 귀신의 저주를 푸는 주인공이다. 반면, 미국 <링>에서는 레이첼이 남편의 시체를 최초로 목격하며, 이어진 <링2>에서 저주를 파헤치는 강인한 어머니로 등장한다. 미국 <링2>를 이끌어가는 인물이 어머니라는 점은, 일본판과 판이하게 다른 미국판 <링2>를 읽는 열쇠말. 미국 <링2>는 에이단에게 사마라의 원혼이 깃들고, 레이첼이 저주에 맞서고, 저주의 실체가 밝혀지는 모든 사건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성애라는 깔때기로 몰아넣는다. 분노에서 비롯된 사다코의 저주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지만, 정작 사람들을 죽인 것은 저주가 아닌 그들 자신의 공포라는 것을 얘기했던 일본판과는 전혀 다르다. 이처럼 나카타 히데오 감독과 할리우드가 일본판 <링2>와 ‘다른 얘기’를 하면서 빼거나 바꾼 ‘다른 설정’들을 찾아내는 것도 흥미로운 일. 일본 <링2>에서 사람들은 공포 때문에 죽었고, 죽은자들의 얼굴은 공포에 질린 인간의 모습이었다. 반면 미국 <링2>에서 사람들을 죽인 건 귀신이며, 피해자들의 얼굴은 흡사 괴물처럼 묘사된다. 또 귀신이 사라져도 인간의 분노와 공포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일본 <링2>는 네버앤딩스토리를 예고하는 듯 찜찜하게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모성애가 저주를 물리친 미국판에서는 더 이상의 공포는 없을 듯한 닫힌 결말로 깔끔하게 끝 맺는다. 이밖에 미국판 <링2>에서 눈에 띄는 공포 요소는 아역배우 데이비드 도프만의 연기. 창백한 얼굴과 다크서클에 휩싸인 예민한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싹한 기운은 관객의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또 할리우드 특수효과팀이 만들어낸 몇몇 장면들도 공포를 배가시킨다. 사마라가 관절을 꺾으며 우물에서 기어오르는 장면은 일본편 보다 훨씬 섬뜩하며, 욕실에서 물이 역류하는 장면 등은 할리우드 특수효과팀이 새롭게 만들어냈다.
글 전정윤 기자,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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