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 10일 개막
응모작 총 722편…지난해보다 100여편 늘어
장편 경쟁부문, 상업영화 뺨치는 경쟁력 갖춰
응모작 총 722편…지난해보다 100여편 늘어
장편 경쟁부문, 상업영화 뺨치는 경쟁력 갖춰
2010년은 한국 독립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한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300만명이라는 전대미문의 흥행돌풍을 일으킨 <워낭소리>, 세계적인 찬사에 힘입어 독립영화 최초로 대규모 배급을 감행했던 <똥파리> 등의 가시적인 성과로 지금 독립영화계는 장날 국밥집처럼 북적댄다.
독립영화의 내일을 미리 만날 수 있는 2009 서울독립영화제가 10일부터 18일까지 서울 명동의 옛 중앙극장(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스폰지하우스 명동)에서 열린다.
독립영화의 열기를 반영하듯, 올해 응모작은 지난해 623편에서 722편으로 100편가량 늘었다. 장르가 다양해졌으며, 완성도는 높아졌다. 장편 경쟁부문의 경우, 극영화들의 작품성은 상업영화에 견줘 손색없는 세련된 만듦새를 자랑한다. 장편 경쟁부문 본선에 오른 11편 중 7편이 다큐멘터리이며, 이 중 5명이 여성감독이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치고 달리기’(히트 앤 런)라는 슬로건을 펼친 2009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의 추천을 받아 화제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회오리바람> 제목 그대로 질풍노도의 10대를 그린 성장영화. 사귄 지 100일 기념으로 동해바다로 여행(혹은 가출)을 감행한 두 남녀 고등학생이 여행에서 돌아와 겪는 아픔과 방황을 그린다. 양가 부모 앞에서 반성문과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난 뒤,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스토리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로맨틱한 포장 대신 냉정한 현실을 그리는 감독의 뚝심이 미덕인 영화다. 캐나다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용호상을 받았다. 감독 장건재.
<계몽영화>한 친일파 집안의 3대에 걸친 편력을 통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오늘을 반추하는 야심찬 기획이다. 역사적 당위에 머물지 않고 삶의 진솔한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독립영화 최초의 시대극 도전이라 할 만한 이 영화는 세련된 연출과 세심한 소품으로 주류 상업영화 못지않은 품격을 갖췄다. 감독 박동훈.
<외박>2007년 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의 510일간의 투쟁을 영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외박>은 ‘여성’과 ‘노동’이라는 주제를 다층적으로 곱씹게 하는 영화다. 매장 점거 농성은 대학생 모꼬지 가듯이 흥겹게 시작했으나, (밥하고 빨래하는) 주부로서의 의무가 이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투쟁 대오에 균열이 생긴다. 우리 사회 밑바닥의 일부를 구성하는 ‘아줌마 88만원 세대’의 존재에 무심했던 관객들은 예기치 못한 충격을 받게 될 영화다. 감독 김미례.
<경계도시 2>지난 2003년 37년 만의 귀향을 감행했다 간첩 혐의로 구속된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곁에서, 그를 둘러싼 진보진영의 혼란을 고스란히 드러낸 용기 있는 다큐멘터리다. 최초의 환대가 의심과 배신감으로 바뀌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굳건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는 레드 콤플렉스의 공포와 마주치게 된다. 이 영화는 모두가 잊고 싶어했던 불편한 진실을 기억의 창고에서 꺼내놓음으로써 다큐멘터리의 존재 의의를 새삼 확인시킨다. 감독 홍형숙.
주목할 만한 초청작 개막작 <원 나잇 스탠드>는 ‘하룻밤의 섹스와 혼돈’이라는 도발적인 주제 아래 민용근, 이유림, 장훈 등 세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다. 독립예술영화의 두 기둥, 이지상·전수일 감독의 영화도 눈에 띈다. 이지상 감독은 고 권정생 작가의 <몽실언니>를 영화로 만들었고, 전수일 감독은 10대 미혼모를 다룬 <영도다리>로 관객을 만난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됐던 <경>과 <탈주>도 관객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작품을 모은 ‘경계의 주변인, 장률’ 특별전과 세계 독립영화의 용광로로 주목받고 있는 ‘필리핀 독립영화 특별전’이 열린다. 예매 www.siff.or.kr, 문의 (02)362-9513.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원 나잇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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