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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연애의 목적’ 박그리나 “겉과 속이 달라요”

등록 2005-06-03 10:28수정 2005-06-03 10:28

새 영화 \'연애의 목적\'에서 남자주인공 유림(박해일 분)의 오래된 애인 역할을 맡아 차분하고 안정된 연기를 펼친 박그리나.  (서울=연합뉴스)
새 영화 \'연애의 목적\'에서 남자주인공 유림(박해일 분)의 오래된 애인 역할을 맡아 차분하고 안정된 연기를 펼친 박그리나. (서울=연합뉴스)
영화속 그는 차분하다. 오랜 연인이 바람을 피는 것을 무던히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애인을 믿는다는 듯 전혀 의심없는 눈망울로 바라보다 애인의 바람이 결코 한 순간의 바람이 아니었음을 알고 매섭게 뺨을 내리친다.

영화 '연애의 목적'에서 유림(박해일)의 6년째 사귄 애인 희정으로 등장하는 박그리나를 스물대여섯의 나이로 보았다. 박해일의 파트너로서 그만큼 차분하고 안정감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고작 20살. 85년생이다.

"'발레교습소'에 출연했을 때는 19살도 안돼 보인다는 말을 들었어요. 영화에서 보이기 나름인가 봐요."

홍(강혜정)에 대한 소문을 내 화가 난 유림에게 뺨을 맞은 희정이 맞받아 뺨을 때리며 2~3초간 보여준 눈빛은 믿었던 연인에 대한 배신감, 서운함, 절망감이 표현돼 있다.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이 드러났던 장면이다.

영화 두 편에 출연한 신인 연기자 박그리나는 그를 아는 사람에게 미리 귀띔을 받지 않으면 희정의 모습처럼 다소곳하고 얌전해보인다. 그러나 예의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를 벗어난 그는 한마디로 '자유로운 청춘'이다.


"얼마전 소속사(그는 류승범, 박희순과 같은 회사다) 식구들과 회식을 했다. 식구들이 다들 노래를 잘한다. 그래서 사장님이 돈을 꺼내놓고 제일 엽기적으로, 제일 노래를 못하는 사람이 가져가자고 제안했다. 어린 순으로 불렀는데 내가 두번째 순서였다. 내가 부르고 난 후 승범 오빠, 희순 선배 등이 '졌다'며 '더 이상 할 것도 없이 그냥 네가 가져가라'고 했다." 박희순이 그에게 "다른 데서는 그렇게 놀지 말아라"고 충고했을 정도.

차분하고 또렷하게 말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의 성격이 드러날 때가 있었다. 말 그대로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군 출신으로 항공사 기장인 아버지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어머니는 그를 기장을 만들고 싶어했다. 특히 어머니가 장군 스타일이어서 부모의 말은 곧 하늘이었다. 실제 항공대 시험을 봤지만 마지막 시력 검사에서 떨어졌다.

수능 시험을 본 후 차안에서 어머니에게 "연기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날 그는 눈이 핑 돌아갈 정도로 맞았다. 그래도 고집을 꺾지 않은 딸에게 어머니는 원하는 대학 3곳중 어느 한 곳에 합격하면 허용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후 3주 동안 그는 생애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다. 오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뮤지컬 연습실에서 춤과 노래, 연기 연습을 했다. "남들은 3년 넘게 연습한 걸 난 3주 동안 해내야 했다. 밤마다 울었다. 울면서 오기가 더 생겼다."

마지막에 시험본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덜컥 붙었다. 그것도 수석 입학이었단다. 같은 과 친구인 남상미와 함께 버스를 타며 친해져 남상미의 소속사에 들어갔다.

"내 속모습을 보신 고등학교때 선생님께서 '왜 널 가두고 사니. 자유롭고 솔직하게 살아라'고 말씀하셨다. 부모님께 연기하겠다고 말할 용기가 난 게 그 때였다."

고교때 연극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모범생 이미지를 떨궈버리고 자신 안에서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는 희열을 느꼈다.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또 오디션을 보러다니면서 자유를 느낀다고 했다.

'이런 말 해도 되나'하면서 그가 말을 꺼낸다. "최근 어머니가 날 보면서 '미친 개 눈밭에 풀어놓은 것 같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답답한 줄로 묶어놓았다구. 지금은 하얀 눈밭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폴짝폴짝 뛰어다는 듯한 모습이라네요."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

박그리나가 인생에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목표는 연기와 외국어 공부, 유학. 영어, 일어는 회화 정도를 할 수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면 한다. 만약 연기자로 바빠지면 유학가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불안에 떨면서 연기만 한다면 인생이 풍요롭지 못하고 아쉬울 것"이라고 당당하게 답한다.

박그리나는 본명. 보기 드문 이름이기에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딸이 태어났는데 너무 못생겼나 봐요. 그래서 아버지가 '박을 그린 듯한 아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라며 소리내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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