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하는 데 드는 평균비용이 9천만원인 시대에 고작 1200만원으로 통일을 이루려 하는 가족이 있다. 물론 진짜 통일이 아닌 가짜 통일이다. 명분은 북쪽에 부인과 자식을 남겨둔 채 홀로 월남해 새 가족을 일군 아버지(신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큰아들(감우성)이 통일자작극을 꾸미기로 한 건 불치병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유언장을 보게 되면서다. 죽기 전에 통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50억원짜리 땅을 통일비용으로 내놓겠다고 적혀있었던 것이다. <간큰가족>의 통일자작극은 이처럼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에서 출발한다. 실제 통일이 되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50억원을 물려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3류 에로비디오 감독인 작은아들(김수로)이 만든 가짜 뉴스에서 남북정상이 통일을 선언하고 아버지가 감격의 눈물을 흘릴 때까지만 해도 작전은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날로 병세가 호전돼가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가족은 당황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를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남북 단일팀 탁구시합은 물론 평양 교예단의 묘기를 직접 감행하는 ‘간큰’ 가족의 연극은 걷잡을 수없이 커져만 간다. <간큰가족>이 기존의 기획성 코미디 영화와 다른 점은 감동에 제법 많은 무게를 두려 했다는 점이다. 돈 때문에 시작한 연극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보며 가족은 점차 변해간다. 아버지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아픔을 함께 느끼면서 박제된 소망에 그치던 ‘통일’의 존재감이 진정 가슴으로 원하는 대상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영화는 그리려 한다. 그러나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2대 8 가리마로 가르면서까지 파격 변신을 꾀한 감우성을 비롯한 여러 배우들의 코믹 ‘오버’ 연기가 웃음을 자아내려는 전반부와, 가족애와 통일을 향한 열망에서 감동을 빚어내려는 후반부는 마치 다른 두 편의 영화를 이어붙인 듯하다. 그럼에도 영화가 곱게 보이는 건 우리 민족으로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통일’이라는 주제를 가볍지 않게 다루려는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향민 아버지를 둔 조명남 감독이 직접 써 8년 전 영화진흥위원회 공모전에 당선됐던 시나리오를 영화화했다. 한국인들에겐, 사상이 투철한 어머니를 위해 독일이 통일된 사실을 숨기고 분단자작극을 꾸민다는 내용의 영화 <굿바이 레닌>(2003)보다 좀더 현실적으로 와닿을 듯하다. 9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두사부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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