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의자’ 는 유치한 영화…“그러니까 재밌는 거죠” “지금 한국영화는 시스템과 비즈니스 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니 문화의 ‘무브먼트적’ 발전이 전무한 상태죠. 외국을 다녀봐도 이렇게 스타 중심이고 장르가 편협한 영화시장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봉자>(2000)이후 5년 만에 들고 돌아온 새 영화 <녹색의자>(10일 개봉)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박철수(57)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박 감독은 우선 한국 영화시장에 대한 우려부터 털어놓았다. “지금 한국 영화가 질적 양적으로 도약하는데 지금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예요. (제작)방식, (영화)형식, (창작자의) 의식, 세 측면에서 말이죠. 그런데 제대로 가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거든요.” ‘섹스’ 장면이 영화 반이상 차지
“새로운 ‘성’ 영화 만들고 싶었다 박철수 감독은 제작비 6억원으로 완성한 <녹색의자>를 ‘인디펜던트 커머셜’ 영화라고 소개했다. “쉽게 말해 극장에서 개봉하거나 말거나가 기본 정신인데 잘 되면 좋은 거라는 건데 이를테면 짐 자무시나 알모도바르 같은 감독도 저와 같은 입장인 셈이죠.” 그러나 그는 ‘인디펜던트’를 ‘저예산’으로 보는 건 틀린 해석이라고 말했다. “나는 저예산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해석합니다. <녹색의자>를 비롯해 나는 촬영을 20회차 넘긴 적이 없어요. 그런데 요즘은 웬만한 영화도 촬영 40회차를 넘기고 필름도 20~30만자를 쓰죠. 여기에 들어가는 제작비의 50% 이상이 거품이예요. 현장은 노하우인데 치밀한 준비 없이 시작을 하니까 제작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거죠.” 2003년 완성한 <녹색의자>는 논란을 낳았던 삼십대 여성과 십대 남성의 이른바 ‘역원조교제’ 실화를 다룬 영화다. 영화는 이 사건에 대한 일반인들의 가벼운 호기심이 사라지고 난 뒤, 즉 감옥에 갔던 여성이 사회로 돌아온 뒤부터를 다룬다. 19살의 현(심지호)은 교도소 앞에서 출소하는 32살의 이혼녀 문희(서정)을 기다린다. 문희는 끝이 뻔한 관계라며 정리하려고 하지만 서로에 대한 그리움으로 두 사람은 불안정한 사랑의 둥지를 틀어나간다. “감옥에서 나온 여자와 남자가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했어요. 마음 속으로는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고 시작한 거죠.” 박 감독은 <녹색의자>가 “유치한 영화”라고 말했다. “사람 사는 거, 사랑하는 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유치하거든요. 유치하니까 재미있는 거죠.” 섹스 장면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녹색의자>를 통해 그는 “새로운 섹스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에서 성 표현이 등장할 때마다 카메라는 언제나 숨어다니죠. 뭔가 감추거나 아니면 장난을 치는 식이죠. ‘섹스’를 가지고 못 살게 굴지 말고 그냥 제대로 보자고 카메라를 잡았어요.” 지겹게 반복되는 섹스의 행위를 통해 관능적인 호기심을 뚫고 주인공 여성의 심리를 포착했다는 것이 박 감독이 첫 ‘섹스영화’를 만든 연출의도다. 글·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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