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기자들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
이창동 감독 “눈에 안보이는 본질 다뤄”
주연 윤정희 “세월의 흐름에 맞게 연기”
이창동 감독 “눈에 안보이는 본질 다뤄”
주연 윤정희 “세월의 흐름에 맞게 연기”
영화 ‘시’ 칸영화제 언론 시사회서 호평
예상대로 박수갈채가 이어졌고, 외신은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창동(사진 오른쪽) 감독의 <시>가 19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공개돼 호평을 받았다.
프랑스의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최종 수상작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숨가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시>를 주요 수상후보작 중 하나로 꼽았다. 이 통신은 켄 로치 감독의 <루트 아이리시>와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증명서> 등을 유력한 후보작으로 거론했다. 독일 신문 <타겐 슈피겔>의 얀 슐츠 오잘라 기자는 “<시>는 현재까지 마이크 리의 <어너더 이어>, 자비에 보부아의 <신과 인간>,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증명서> 등과 함께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로 1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윤정희(65·사진 왼쪽)의 여우주연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아에프페> 통신은 “임상수 감독의 <하녀>의 여주인공으로 갈채를 받은 전 칸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전도연이 그랬던 것처럼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라디오프랑스>의 마뉘엘 후세인 기자도 “매우 아름다운 영화이고 비극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며 “윤정희의 연기가 대단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윤정희는 시사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유창한 프랑스어로 “90살까지 연기를 계속하지 않을까 싶다”며 “<만무방> 이후 16년 만에 영화에 출연했지만 그간 한 번도 영화를 떠난 적이 없다. 그동안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영화는 내 인생”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창동 감독과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는데 시나리오를 받아 보니 극중 미자와 내가 너무 비슷했다”며 “영화 속 여주인공 이름이 미자인데 내 본명도 미자”라고 덧붙였다.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노출 연기와 관련해서는 “영화배우란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며 “나이와 세월의 흐름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세월의 흐름에 맞게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시란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꽃처럼 아름다운 것뿐만 아니라 추하고 더러운 것 뒤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라며 “영화 <시>는 시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던 영화”라고 말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시>는 순수해서 오히려 바보 같기까지 한 60대 여성 미자가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되는 과정과 미자의 외손자를 비롯한 소년들이 집단 성폭행한 소녀가 자살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씨줄날줄처럼 엮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자의 시 짓기는 외손자를 대신한 속죄의 과정처럼 힘겹게 그려지고 그 결과 한편의 시는 처절하고도 아름답게 완성된다. 이 감독은 “(집단 성폭행을 당한 소녀의 자살 같은) 그런 끔찍한 사건은 한국에서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며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일상에 대해, 그리고 도덕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칸/김진철 기자, 연합뉴스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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