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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영화판의 소리없는 실력자 이동통신사 입김에 극장 ‘들썩’

등록 2005-06-15 16:27

영화 관람료는 보통 7천원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이동통신사 카드로 할인을 받아 5천원에 영화를 보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영화인회의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에스케이(SK)텔레콤 카드와 케이티에프(KTF) 카드로 할인을 받은 관객들이 각각 26.5%와 10%를 차지했다. 둘을 합치면, 3명 가운데 1명이 할인된 값으로 영화를 봤다는 얘기다.

그런데 에스케이텔레콤이 7월부터 일부 극장에 대한 할인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극장가에 비상이 걸렸다. 에스케이텔레콤 홈페이지를 보면, 7월부터 메가박스와 프리머스 극장체인에 대한 할인서비스를 중지한다고 나와 있다. 한정된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할인 서비스 제휴업체를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경우 상당수 관객들이 할인제도가 계속 유지되는 시지브이(CGV)와 롯데시네마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각각 23%와 11%로 관객점유율 1·2위를 차지한 이들 극장 체인의 독주가 더욱 심화될 듯하다.

관객들 입장에서야 어느 극장에서든 간에 할인된 값으로 영화를 볼 수 있으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동통신사의 입김이 극장가의 판도를 뒤흔들고, 이는 결국 전체 영화계 판도의 흔들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일부 극장 체인에게 힘이 집중될 경우 영화 컨텐츠를 만들고 공급하는 쪽에 대해 우월적인 지위를 갖게 되고, 이 때문에 전체 영화 산업의 공정성과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영화에 비해 제작사에게 불리하게 돼있는 한국영화 부율(관람료를 투자·배급·제작사와 극장이 나눠갖는 비율)을 조정하는 문제 또한 일부 힘있는 극장 쪽에 휘둘릴 가능성도 높다.

이동통신사 카드 할인제도에 대한 극장 당사자들의 불만도 높다. 처음에는 이동통신사가 할인에 따른 손실 전액을 부담했지만, 할인 관객이 늘어나면서 점차 극장 쪽에 부담을 떠넘기기 시작해, 지금은 절반 가까이를 극장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극장 쪽에선 받아들이자니 부담스럽고 포기하자니 관객이 줄 것 같은 할인 제도가 ‘계륵’처럼 여겨질 만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극장이고 제작자고 할 것 없이 영화계 전체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영화인회의, 극장협회, 제작자협회 등은 조만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사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항변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할인제도는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 스스로 보유하고 있는 고객 수의 힘을 이용해 다른 업계의 지형도까지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그리 반길 일만은 아니다. 해당 업계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응하는 할인제도보다는 차라리 그 비용으로 휴대전화 요금을 깎아주는 걸 고객은 더 바라지 않을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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