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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씬 시티’ 타락한 도시를 벌한다 폼나게…

등록 2005-06-15 16:32수정 2005-06-15 16:32



원작 분위기 그대로 ‘살아움직이는 만화’
디지털 화면 불만하지만 캐릭터 깊이는 글쎄…

<씬 시티>는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처럼 미국 대중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만화 <씬 시티>는 영화로도 나온 <데어 데블>을 그렸던 프랭크 밀러의 1991년도 작품. 그러나 원작을 영화화했다는 표현은 이 작품의 소개로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감독뿐 아니라 특수효과, 음악까지 직접 관장한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만화의 영화화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만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작 만화를 그대로 따라 재현하려고 한 화면과 편집, 흑백만화처럼 대부분 극단적인 명암대비를 보여주는 색감,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쓸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진지하고 과도하게 시적인 대사들이 현실적인 범죄영화의 틀이나 양식과는 거리가 멀다.

원작의 에피소드 세개를 엮은 <씬 시티>의 이야기 구성은 <펄프 픽션>을 닮았다. 타락한 도시의 지저분한 뒷골목을 배경으로 복수를 꿈꾸는 세 남자의 이야기가 시·공간적으로 겹치고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두번째 에피소드의 조역이 되는 등 인물들도 얽힌다. 처음과 마지막을 연결하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형사 하티건(브루스 윌리스)은 은퇴 1시간 전에 잔인한 유괴범으로부터 11살 소녀 낸시를 구해내고 가해자의 모함으로 감옥에 가게 된다. 두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마브(미키 루크)는 괴물처럼 생긴 자신에게 유일하게 인간적인 정을 보여줬던 여성이 살해되자 냉혹하고 파괴적인 복수극을 시작한다. 세번째 에피소드. 사립탐정 드와이트(클라이브 오웬)는 우연히 좋아하는 여자의 폭력 애인을 응징하려다 죽이게 되는데 그가 유명한 경찰관임을 알게 되면서 어둠의 도시는 부패한 경찰 대 교활한 장사꾼, 그리고 여전사처럼 강인한 성매매 여성집단의 총성으로 가득 찬다.

같은 분위기, 유사한 내용이지만 <펄프 픽션>과 <씬 시티>를 결정적으로 다르게 만든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표지. <씬 시티>의 모든 남자 주인공들은 기다랗게 휘감기는 치렁치렁한 트렌치 코트를 입고 다닌다. 근육질의 몸매를 긴 코트로 숨기고 비장한 표정을 단 한 순간도 흐뜨리지 않는 이들에게는 <펄프 픽션>의 주인공들이 보여줬던 유머 감각이나 인간적인 약점같은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애초 원작 만화의 분위기가 그랬고 로드리게즈가 프랭크 밀러를 공동 감독으로까지 끌어오면서 추구했던 목표가 원작의 실사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원작만화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없는 관객들에게 <씬 시티>는 어깨에 잔뜩 힘을 준 배우들의 우스꽝스런 퍼포먼스 정도로 느껴질 법하다.

이 가운데 캐릭터의 매력이 발산되는 두 인물은 두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마브와 드와이트에게 죽음을 당하는 양아치 형사 재키보이(베네치오 델 토로)다. 사랑했던 여성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지는 마브의 둔탁하지만 육중한 순정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사람 냄새가 나는 부분. 죽은 뒤에도 귀신처럼 일어나 수다를 떠는 재키보이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주는 인물로 객원 감독으로 참여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손길이 짐작되는 캐릭터다.




캐릭터의 깊이 대신 영화가 내세우는 건 <월드 오브 투모로우>처럼 100% 디지털로 만든 인공의 배경화면이다. 극단적인 흑백의 대비를 바탕으로 입술, 피 등 화면의 한 두 요소에만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자극적이며 감각적인 분위기를 극대화시킨다. 그러나 <월드 오브 투모로우>가 그랬듯 기술력을 과시하는 화면의 독특함이 시선을 집중시키는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는게 <씬 시티>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30일 개봉.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쇼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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