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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초능력없는 배트맨 육탄돌진

등록 2005-06-15 16:59수정 2005-06-15 16:59



배트맨 비긴즈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선 네 자신이 두려움 자체가 돼야 한다!”

배트맨이 박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게 된 이유다.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 시리즈의 기원이 되는 영화다. 1990년 <배트맨>이 처음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 이래 무려 15년이나 지난 뒤에야 배트맨 탄생설화가 그 전모를 드러내는 셈이다.

부유한 집안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삶을 누리던 어린 브루스 웨인은 뜻밖의 사고로 우물에 빠지게 되고, 그 안에서 박쥐떼의 습격을 받는다. 이후 박쥐 공포증은 지울 수 없는 상처처럼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부모가 가난에 못이겨 범죄에 나선 강도의 총에 살해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고담시에 지하철을 만드는 등 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를 꿈꾸는 이상주의자였던 아버지는 역설적이게도 그토록 자신이 구원하려 했던 빈민의 손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분노를 간직한 채 어른이 된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은 부모의 복수를 감행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마음 속 혼란만 더해진다.

범죄에 대한 분노와 절망으로 사회의 밑바닥을 방황하던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어둠 속에서 범죄를 소탕하는 비밀조직 ‘어둠의 사도들’이었다. 지옥 훈련을 통해 전사로 거듭난 브루스 웨인은 그러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조직의 강경론에 거부감을 느끼고 홀로 고담시로 돌아온다. 그를 맞이한 고담시는 범죄에 완벽하게 찌들어 있었다. 박쥐 공포증을 극복하고 두려움 그 자체가 되기로 결심한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으로의 변신을 통해 악의 소탕에 나선다.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이 탄생부터 다른 영웅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각성시킨다. 원래 우주인이었던 슈퍼맨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초능력을 갖게 된 스파이더맨 등과 달리 배트맨은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영웅으로 거듭난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 가면을 쓴 존재에 불과한 배트맨에겐 이렇다할 초능력도 없다. 배트맨의 최대무기는 최첨단 과학장비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재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범죄의 근원이기도 한 돈이 배트맨에겐 범죄를 소탕하고 이상을 실현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탄생부터 현실에 바탕을 둔 영웅의 이야기를 담아서인지 영화는 지극히 사실적으로 표현된다. 영화 속에 그려지는 고담시 풍경은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고, 악당들의 면모도 마찬가지다. 팀 버튼 감독이 <배트맨> <배트맨 리턴>을 통해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로, 조엘 슈마허 감독이 <배트맨 포에버> <베트맨과 로빈>을 통해 만화같은 분위기로 현실을 탈피하려 했다면, <메멘토> <인썸니아>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현실 그 자체를 택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어둠에 둘러싸인 빈민촌, 배트맨과 악당과의 육탄대결 등을 그리는 데선 누아르의 틀을 빌렸다. 또 화려한 액션보다는 심리 변화를 묘사하는 드라마 쪽에 무게를 뒀다.


마이클 키튼, 발 킬머, 조지 클루니 등에 이어 새롭게 박쥐 가면을 쓴 크리스천 베일은 인간다운 배트맨 역을 잘 소화해냈다. 전작 <머시니스트>에서 30㎏ 가까이 살을 빼고 나왔던 그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영웅 배트맨의 모습과 돈을 흥청망청 쓰며 즐기는 (척 하는) 브루스 웨인의 모습을 오가는 그의 연기는 배트맨을 이전의 평면적인 캐릭터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로 끌어올리는 데 한몫 단단히 한다. 24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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