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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5 20:03 수정 : 2005.06.15 20:03

“영화는 감독의 것 그런 생각 들때 감독되고 싶었다”

배우 방은진(40)이 영화 감독으로 역할을 바꾼 것은 5년 전 일이다. 이스트필름이 제작하고, ‘연쇄살인범’ 엄정화와 ‘형사’ 문성근이 출연하는 영화 <오로라 공주>로 장편 영화 데뷔를 한다고 알려진 것도 이미 석달 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낯선 ‘영화 감독’ 방은진을 14일 만났다.

“내가 왜 감독이 됐는지 이젠 기억도 어렴풋하다. 사람들한테는 영화 감독 방은진이 낯설겠지만, 나한테는 그만큼 오래되고, 익숙한 일이다.”

‘더 이상 감독이 된 이유를 묻지 말아달라’는 뉘앙스로 말문을 연 방 감독은 “‘내가 정말 원해서 감독이 됐나?’하는 의심이 들 때 힘들었다”는 말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배우였을 때는, 연기만 잘 하면 내 몫을 다 하는 것이었다. 감독이 된 뒤 흥행성과 캐스팅 문제로 연출 준비 중이던 <떨림>과 <첼로>가 엎어지고, 영화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내 몫, 내 책임으로 돌아올 때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방 감독은 “내가 힘들어 했던 바로 그 부분이, 역으로 감독이 된 이유”라며 말을 이어갔다. “배우였을 때, 감독이나 스태프들과 연기 이외에도 작품의 큰 그림에 대해 논쟁하기를 즐겼다.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이 너무 흥미로왔고, ‘영화는 감독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막연하게 나도 감독이 되고 싶었다.”

방 감독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배우가 된 것보다, 배우를 하다가 감독이 된 것이 덜 낯설지 않느냐”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인생의 큰 고비마다 과감한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던 사람다운 태도였다. 그는 “일단 시도를 해봐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할 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다”며 “실패해도, 밀고 나갔던 만큼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0% 이상 촬영을 마치고 10월 개봉을 앞둔 <오로라 공주>에 대해서는, 여배우가 만든 영화라는 편견을 버려달라고 주문했다. “배우 출신 감독이니, 배우들의 ‘연기 최대치’에 대한 판단이 비교적 정확하다. 그 최대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심하게 밀어부치기도 하고, 이게 최대치다 싶어 쉽게 타협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난 지금 카메라 앞이 아니라, 뒤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독일 뿐이다.”

5년 동안 직접 시나리오까지 각색한 두 편의 영화를 접는 풍파를 겪으며 감독으로 단련된 탓인지, 이영애가 살인자로 등장하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도 초연했다. “일부러 <…금자씨> 시나리오를 읽지 않았지만, 미모의 여성 살인자가 등장하는 것 이외에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이다. 인생을 움직이는 두 가지 축, 사랑과 분노를 스릴러 드라마에 담아 보여주겠다. 지난 5년 동안 ‘관객없는 영화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호되게 배웠으니, 장르의 맛을 살리고 상업성도 있는 ‘지루하지 않은’ 영화가 될 것이다.”


방 감독은 “성공적으로 감독 데뷔를 마치면 이제 배우는 안 하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대해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하고, 감독하는 영화를 만드는 발판이 되겠지”하며 웃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이노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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