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7 17:07
수정 : 2005.06.17 17:07
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1950~60년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독립영화를 가로지르며 활동했던 감독 로버트 알드리치(사진·1918~83)의 회고전이 18일부터 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 극장)에서 열린다. <베라 크루즈> <키스 미 데들리> <더티 더즌>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알드리치는 미국의 어떤 주류 감독보다도 미국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격렬하게 공격한 급진주의자로 알려져있다.
1940년 메이저 스튜디오인 알케이오(RKO) 스튜디오에 입사한 그는 장 르누아르, 막스 오퓔스, 찰리 채플린 등 당대 최고 감독들의 조감독 생활을 했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감독들 가운데 50년대 매카시즘의 ‘빨갱이 사냥’으로 희생된 인물이 많아 그의 좌파적 성향이 선배 감독들의 영향으로 형성됐음을 알려준다. 알드리치의 출세작으로 꼽히는 <키스 미 데들리>(1955)는 ‘필름 누아르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탐정영화의 관습을 파괴하면서 격한 아이러니, 허무주의를 담은 이 영화는 할리우드 장르와 미국적 가치의 야만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알드리치는 누아르, 서부극, 전쟁영화, 멜로, 호러 등 거의 모든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작품을 만들었다. <키스 미 데들리>의 성공 이후 독립영화사를 차려 할리우드를 맹공격하는 영화 <빅 나이프>를 만들었다가 실패한 그는 다시 스튜디오로 들어와 사형수들이 등장하는 전쟁영화 <더티 더즌>(1967)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했다. 그 밖에 중기 걸작인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1962)는 고딕 호러 양식을 빌어와 오락산업 뒤에 깔린 현실의 무시무시함을 신랄하게 조롱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초기 걸작인 <랜섬> <아파치> <베라 크루즈>를 비롯해 마지막 연출작인 <캘리포니아 돌즈>(1981)까지 대표작 13편을 상영한다. 21일 오후 6시에 열리는 특별 심포지엄에는 알드리치의 열혈팬을 자임하는 박찬욱 감독과 오승욱 감독이 토론자로 나선다. 서울 상영이 끝난 뒤 6월29일부터 7월10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상영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