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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찍히고 저택 출몰해 겁주고
귀신 무서운건 동·서양 국경넘어 공통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 색다른 공포영화 2편이 다음주 관객을 찾아간다. 30일 개봉하는 <셔터>와 7월1일 개봉하는 <아미티빌 호러>다. 타이 공포영화 <셔터>는 사진에 혼령이 찍힌다는 얘기를 기본 얼개로 하고 있다. 예전에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에 귀신이 찍혔다거나 졸업사진에 모르는 얼굴이 끼어 있다는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떠돌던 얘기들의 설정을 팍품 웡품 감독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함께 영화로 만들었다. 귀신에 대한 상상력은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유사성이 있는 듯하다. 사진작가 턴(아난다 에버링햄)과 그의 연인 제인(나타웨라누크 통미)은 밤거리를 운전하다 누군가를 치고 도망간다. 이후 턴이 찍은 사진에는 알 수 없는 흔적들이 발견되고, 급기야 귀신의 얼굴 형상까지 나타난다. 제인 또한 이상한 악몽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턴의 대학 동창들이 하나둘씩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이들은 모두 턴의 옛 여자친구와 관련이 있었던 인물들. 죽음을 직감한 턴은 제인과 함께 옛 여자친구의 흔적을 찾아 나서면서 견딜 수 없는 공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셔터>는 원혼이 세상을 떠돌며 한풀이에 나선다는, 고전적인 귀신 얘기의 틀거리를 따라간다. 그런데 여기에 첨단문물인 카메라를 더하면서 귀신이 과거가 아닌 최첨단 과학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각성시키려 한다. 일본 공포영화 <착신아리>가 휴대전화를 통해 새로운 공포감을 불어넣은 것과 비슷하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통해 일상 어디에서든 공포를 느끼게끔 한다. 영화가 끝난 뒤 ‘당신도 귀신을 찍을 수 있다’는 자막으로 여운을 남기려는 ‘서비스’도 잊지 않는다. <셔터>가 일상에서 떠도는 얘기를 바탕으로 영화화한 것이라면, <아미티빌 호러>(앤드류 더글라스 감독)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을 리메이크해 재미를 톡톡히 본 감독 겸 제작자 마이클 베이는 1979년 개봉됐던 이 영화도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인간 살인마의 육탄 공포를 담은 <텍사스…>와 달리 <아미티빌 호러>는 알 수 없는 혼령으로부터 오는 공포를 담아냈다는 점이 특이하다. 어찌보면 서양보다는 동양의 공포영화와 통하는 면이 있다. 1974년 11월13일 미국 롱아일랜드 교외에 있는 아미티빌 저택에서 일가족 6명이 총살당했다. 범인이라고 자백한 큰아들은 집안에서 들려온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자신에게 살인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러츠 부부가 세 자녀와 함께 이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러나 28일만에 뭔가에 쫓기듯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이 집에는 지금도 그들이 남겨둔 가재도구가 그대로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귀신이 출몰하는 곳으로 유명한 장소가 됐다.
영화는 밝혀진 사실을 최대한 충실하게 살린다. 그러면서도 러츠 가족이 28일간 겪은 일들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해 신비스러운 공포로 포장해냈다. 피가 튀고 팔·다리가 잘리는 등 특수효과를 이용한 공포보다는 사람의 심리로부터 공포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택했다. 주인공이 처음 이사올 때 “집이 사람을 죽이진 않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거지”라고 한 말이 나중에는 틀렸음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는 가면을 쓴 살인마 못지 않게 섬뜩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시제이엔터테인먼트·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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