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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2 17:44 수정 : 2005.06.22 17:44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어 애태우는 중년의 딸을 둔, 하지만 그 딸의 남자친구를 사랑해버린, 문제적 어머니 <마더>가 24일 개봉된다.

‘마더’ 메이(앤 레이드)는 예순을 훌쩍 넘긴, 평범해 ‘보이는’ 할머니. 남편과 함께 자식들을 만나러 런던에 왔지만, 갑작스레 남편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혼자 남는다. 남편과 지내던 집에서 살기를 거부한 메이는,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딸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목수일을 하는 ‘딸의 남자친구’ 대런(다니엘 크레이그)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처음엔 딸의 메신저였다. 그러다가 대런의 점심을 챙겨주고, 가방끈이 짧은 그에게 미술책을 사다주는 푸근한 관계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이내, 반팔 티셔츠 밖으로 드러난 대런의 팔뚝을 바라보는 메이의 눈빛에서, 들끓는 욕망이 엿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메이의 간절한 부탁은, “나를 침실로 데려가달라”는 것이었다.

메이는, 젊은 사윗감의 집요한 유혹에 못이겨 위험한 관계 속으로 휘말리는 불운하고 가련한 어머니가 아니다. 또 메이에게는 딸의 남자와 불륜을 맺는다는 고뇌와 갈등보다, 딸의 남자를 가로채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하다. 그래서 <마더>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어머니상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여러모로 낯설고 불편한 영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딸이 받을 상처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는 데 전전긍긍하는 이 이기적인 <마더>를 향해, 무작정 돌을 던지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대런과의 첫 잠자리 뒤, “더이상 아무도 내 몸을 만져주지 않을 줄 알았다, 장의사 이외에는!”이라는 메이의 고백을 듣고 나면, 더욱 그렇다. 이 절규는 나이가 들어서도 사르라들지 않는 욕망에 대해, 살아숨쉬는 욕망을 사회적으로 거세당하는 고통에 대해, 결과적으로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고민은, 아직 늙지 않은 젊음들에게 늙음을 준비하는 첫 걸음이 되게 할지도 모른다.

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동숭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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