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영, 권병준, 임승률, 김지양, 최빛나, 성기완, 김흥석, 김성호씨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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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인·음악인·사진작가·영화감독등
5개 분야 6명이 동참
8편의 단편으로 한편의 장편 만들어
9월중순까지 촬영…12월 개봉 가칭 <베리 코리안 데이즈>(매우 한국적인 나날들)라는 독특한 제목의 실험영화를 만들기 위해, 미술계에서는 설치미술가 김홍석·임승률이 동을 뜨고 미술비평가 겸 큐레이터 최빛나가 참여했다. 음악계에서는 3호선 버터플라이 성기완, 모조소년 권병준(고구마)이 나섰고, 사진 작가 김지양과 패션 디자이너 서상영도 카메라를 들었다. 영화 전문가 가운데서는 영화감독 김성호가 낙점됐다. 각 분야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이 여덟명의 작가들이 만들어갈 <베리 코리안 데이즈>는, 제목 만큼이나 모호한 작업이다. 이 영화의 기획자 김홍석은 “영화는 영화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비전문 영화인들이 만드는 ‘영상미술작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고, 개별 영상작업을 이어붙여 장편으로 만들지만 옴니버스는 아닌…” 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모호하고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리 코리안 데이즈>의 기획·제작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그나마 효과적인 일이다. <베리 코리안 데이즈>는 미처 ‘영화적 관점’이 고려되기 전, ‘종합 예술적 관점’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김홍석과 임승률은 각 분야 전문가들의 보완과 협업을 통해, 미술이 표현하지 못하는 ‘시간성’과 음악에서 불가능한 ‘이미지’나 문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청각’의 영역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미술작업을 구상했다. 한국 문예진흥원과 예술마을헤이리 사무국의 후원을 받아 이들이 선택한 분야가 바로 영화다. 나머지 여섯명의 작가들은 특별한 기준없이, 다종다기한 ‘인간관계’를 총동원한 끝에 선발된 ‘선수’들이다. 또 이 낯선 영화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이렇다. 첫번째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고화질(HD) 카메라로 10~15분 분량의 영화를 만든다. 두번째 작가는 첫번째 영화의 시나리오만 보고 두번째 영화를 만든다. 세번째 부터 여덟번째 작가까지 같은 방식으로 바통을 이어받아 영화를 만든다. 앞선 영화를 이어받는다는 점에서 <베리 코리안 데이즈>는 ‘옴니버스 영화’와는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상작업을 완결된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유기적인 스타일의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 뒷사람은 앞의 것에서 최소한의 ‘소스’만 이어받을 뿐, 앞선 시나리오의 ‘이야기’를 이어나갈지, ‘이미지’를 가져올지, 혹은 ‘다른 어떤 것’을 이어받을지는 전적으로 뒷사람의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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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아르텔 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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