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개봉 9일만에 115만명…영화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
지난달 28일 개봉한 〈부당거래〉가 개봉 9일 만인 지난 주말 누적관객 115만명을 돌파했다. 〈심야의 FM〉이 17일 만에 100만을 넘어선 데 비하면 무척 빠른 편이다. 배급사 쪽은 최종 관객이 300만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올 상반기 ‘검사-스폰서 유착 사건’이 터져 운때가 좋지만 탄탄한 시나리오, 에이급 배우들의 열연에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큰 몫을 했다. 5일 오후 양천구 목동 카페에서 류승완(사진) 감독을 만났다. 덕담삼아 “대표작이 될 듯하다”는 시중의 평을 전하자 그는 “앞으로 만들어야 할 게 많은데 그런 말 말라”고 손사래쳤다.
더러운 일도 하는 주인공들
우리네 ‘아버지’ 삶과 닮아
“관람 뒤 여운, 양심의 증거” - 액션에서 스토리 중심으로 작품이 변했나? “지금껏 액션이 4분의 1에서 3분의 1을 차지했다면 이번에는 비중이 그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밀도가 높아졌다.” - 어쨌든 다른 스타일이어서 어려웠겠다. “오히려 전에 비해 아주 편하게 만들었다. 초반엔 제대로 리듬을 타고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 일단 맥을 잡고나니 잘 풀려나가더라. 훌륭한 배우들이 알아서 제 몫을 해주었다. 나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특히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이는 도입부를 30분 정도로 줄일 수 있어 이야기 전개가 쉬웠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쓸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많이 다르더라.” - 훌륭한 배우라니? “좋은 배우는 애드리브와 대사의 경계가 사라진다. 진짜 극중인물과 동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애드리브가 더 좋은 때가 있더라. 나는 그것을 존중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대사가 애드리브 같고 애드리브가 대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황정민의 ‘나는 숟가락 하나 놓은 것뿐이다’, 류승범의 ‘정말 열심히들 산다’는 애드리브처럼 보이지만 대본에 있는 것이다.”
- 운때가 참 좋다. “검찰과 스폰과의 유착은 촬영 개시 당시에는 관심사가 아니었고 현실감도 없었다. 내 관심사는 인물이다. 영화의 초점은 정상이 아닌 방법으로 살거나, 뜻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운명이다. 10년 동안 영화를 만들다 보니 장르적 쾌감이나 화려한 묘사들에서 관심사가 이동하게 되더라. 철기(황정민)한테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려서는 거대하고, 삶의 기준처럼 보이지만 커서 보니 구부러진 뒷모습이 보이고 인정하기 싫지만 더러운 일도 하는 게 아버지가 아닌가. ‘막판에 왜 그러셨어요?’라고 채근하는 부하들의 질문은 장성한 뒤 아버지를 향해 갖게 되는 우리들의 평범한 질문이기도 하다. 주양 검사 역시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그런 사람이다. 사실묘사보다 사실성이 높아서 나중에 봐도 말이 되는 작품으로 남기를 바란다.” - 검찰, 경찰, 업자, 기자가 겉보기와 달리 조폭처럼 보이더라. “조폭영화로 읽힐 수도 있겠다. 내 의도는 아니다.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상명하복의 군사문화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기분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8천원짜리 오락상품이다. 재밌어야 하지 않은가. 어느 경찰관은 자기 신분을 잊으니 재밌다고 하더라. 부정적인 측면은 극히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영화판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이다. 나는 자주 독재적이다. 감독은 독재가 허용되는 직업이다.(웃음)” -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영등위 판단을 존중한다. 하지만 영등위가 이런 등급을 내리면서 사회지도층이 국민을 상대로 사건을 조작한다는 이유(불신조장)를 든 것은 납득이 안 된다. 외국처럼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판단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영화를 본 뒤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는 평은 관객의 양심이 작동했다는 증거다. 거기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특히 30~40대 넥타이 부대의 호응은 당연하다고 본다. 먹고살기 위해 무릎을 꿇어본 사람이면 이 영화가 절절할 것이다. 10~20대한테는 범죄 스릴러 이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 동생 류승범을 편애한다. “자꾸 그러지 마라. 류승범은 동생이 아니라 배우다. 검사 조양을 그만큼 해낼 수 있는 배우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 동생이라서 오히려 불편하다. 그는 나의 캐스팅 제의를 거절하기도 하고 연락은 회사를 통해서 한다.” - 다음 영화는 뭔가? “비밀이다. 미리 말하면 김이 빠진다.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우아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정도만 말해두자.”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우리네 ‘아버지’ 삶과 닮아
“관람 뒤 여운, 양심의 증거” - 액션에서 스토리 중심으로 작품이 변했나? “지금껏 액션이 4분의 1에서 3분의 1을 차지했다면 이번에는 비중이 그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밀도가 높아졌다.” - 어쨌든 다른 스타일이어서 어려웠겠다. “오히려 전에 비해 아주 편하게 만들었다. 초반엔 제대로 리듬을 타고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 일단 맥을 잡고나니 잘 풀려나가더라. 훌륭한 배우들이 알아서 제 몫을 해주었다. 나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특히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이는 도입부를 30분 정도로 줄일 수 있어 이야기 전개가 쉬웠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쓸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많이 다르더라.” - 훌륭한 배우라니? “좋은 배우는 애드리브와 대사의 경계가 사라진다. 진짜 극중인물과 동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애드리브가 더 좋은 때가 있더라. 나는 그것을 존중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대사가 애드리브 같고 애드리브가 대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황정민의 ‘나는 숟가락 하나 놓은 것뿐이다’, 류승범의 ‘정말 열심히들 산다’는 애드리브처럼 보이지만 대본에 있는 것이다.”
- 운때가 참 좋다. “검찰과 스폰과의 유착은 촬영 개시 당시에는 관심사가 아니었고 현실감도 없었다. 내 관심사는 인물이다. 영화의 초점은 정상이 아닌 방법으로 살거나, 뜻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운명이다. 10년 동안 영화를 만들다 보니 장르적 쾌감이나 화려한 묘사들에서 관심사가 이동하게 되더라. 철기(황정민)한테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려서는 거대하고, 삶의 기준처럼 보이지만 커서 보니 구부러진 뒷모습이 보이고 인정하기 싫지만 더러운 일도 하는 게 아버지가 아닌가. ‘막판에 왜 그러셨어요?’라고 채근하는 부하들의 질문은 장성한 뒤 아버지를 향해 갖게 되는 우리들의 평범한 질문이기도 하다. 주양 검사 역시 살다보면 만나게 되는 그런 사람이다. 사실묘사보다 사실성이 높아서 나중에 봐도 말이 되는 작품으로 남기를 바란다.” - 검찰, 경찰, 업자, 기자가 겉보기와 달리 조폭처럼 보이더라. “조폭영화로 읽힐 수도 있겠다. 내 의도는 아니다.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상명하복의 군사문화가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기분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8천원짜리 오락상품이다. 재밌어야 하지 않은가. 어느 경찰관은 자기 신분을 잊으니 재밌다고 하더라. 부정적인 측면은 극히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쩌면 영화판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이다. 나는 자주 독재적이다. 감독은 독재가 허용되는 직업이다.(웃음)” -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는데? “영등위 판단을 존중한다. 하지만 영등위가 이런 등급을 내리면서 사회지도층이 국민을 상대로 사건을 조작한다는 이유(불신조장)를 든 것은 납득이 안 된다. 외국처럼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판단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영화를 본 뒤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는 평은 관객의 양심이 작동했다는 증거다. 거기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특히 30~40대 넥타이 부대의 호응은 당연하다고 본다. 먹고살기 위해 무릎을 꿇어본 사람이면 이 영화가 절절할 것이다. 10~20대한테는 범죄 스릴러 이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 동생 류승범을 편애한다. “자꾸 그러지 마라. 류승범은 동생이 아니라 배우다. 검사 조양을 그만큼 해낼 수 있는 배우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 동생이라서 오히려 불편하다. 그는 나의 캐스팅 제의를 거절하기도 하고 연락은 회사를 통해서 한다.” - 다음 영화는 뭔가? “비밀이다. 미리 말하면 김이 빠진다.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우아한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정도만 말해두자.”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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