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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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가 맡은 역은 구두를 모으는 게 취미인 의사 선재(김혜수). 어느날 지하철역에서 주인이 없는 분홍신을 발견해 집으로 가져온 이후 그녀의 주변에서는 자꾸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28일 저녁 삼청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김혜수는 "공포영화를 찍었지만 공포영화를 정말 못본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공포영화 절대 못봐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싫어한다 말을 못해요. 아예 못보거든요." 김지운 감독의 단편 '메모리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김혜수에게 본격적인 공포 영화 출연은 '분홍신'이 처음이다. 귀신 이야기를 듣는 것 조차도 싫어한다는 그녀에게 공포물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멀 수밖에.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공포 영화는 '분홍신'이 처음일 정도다. 김혜수는 "'메모리즈'도 일부 장면은 건너뛰고 봤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포 영화지만 '분홍신'을 차기작으로 택한 것은 이 영화가 공포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시나리오의 묘한 매력, 그리고 감독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인지 못하는 욕망을 이 영화가 담고 있다"며 "캐릭터와 줄거리가 풀려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와니와 준하'를 만들었던 김용균 감독의 감성도 출연 결심을 굳게 했다. 차기작에 대해 "아직 결정 된 것이 없지만 관객들이나 나 스스로를 위해서 공포영화는 아닐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사실적인 느낌이 강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귀신에게 쫓기고 머리에는 핏물 뒤집어 쓰고 처음 본격적으로 출연하는 공포물인 만큼 영화는 김혜수에게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극 중 비처럼 쏟아지는 핏물을 맞는 장면은 한차례 NG 끝에 두 번째만에 OK사인을 받았으며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지하철 장면을 위해서는 3박4일간 밤낮 없이 선로를 오가며 먼지를 마셔야 했다. 여기에 또 힘들었을 장면은 딸 역을 맡은 아역배우와의 몸싸움. 하지만 "연기 경험이 없는 아이라 특별한 계산 없이 서로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았다"고 설명하는 그녀는 "서로 반응에 맞춰 조금씩 변해가는 방식이어서 연기를 할 때마다 오히려 즐거웠다"며 밝게 웃었다. 공포물 연기의 핵심인 특유의 겁에 질린 리액션에 대해서는 "본능대로 했다"는 대답이 들려온다. "감독님은 '근육을 사용할 줄 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사실 느껴지는대로, 본능대로 연기했어요. 촬영 전에 어느 정도 계산을 해도 일단 '슛'이 들어가면 상황에 몰입이 되거든요." ▲유쾌한 (김)성수씨, 개성 없는 것이 개성인 감독님 '분홍신'은 김혜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작품일까? "일단 영화가 대중에게 공개가 된 뒤에 생각해볼 문제"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함께 작업을 한 두 남자에 대한 칭찬을 늘어 놓는 모습을 보면 작품 외적으로 일단 사람 두 명은 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람과 쉽게 친해지기보다는 오래된 친구들과 꾸준히 만나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김혜수는 "김성수가 개성이 넘친다면 김용균 감독은 개성이 없는 게 개성인 분"이라고 설명했다. "성수씨는 유쾌하면서 가볍지 않은 게 매력이에요. 솔직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아요. 감독님이요?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오히려 개성이 없는 게 개성이죠. 영화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모습들 사이에서 공포가 스멀스멀 묻어나는 식이잖아요. 감독님의 성격이 영화에 장점으로 드러난 셈이죠."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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