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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9 17:02 수정 : 2005.06.29 17:02

한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24시간 내내 쫓는 카메라가 있다. 잠을 잘 때나 심지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조차도 그의 모습을 담는다. 이쯤 되면 개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며 즐거워하는 대중심리를 다룬 영화 <트루먼 쇼>를 떠올릴 법도 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런 기록이 본인 스스로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프리즈 프레임>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시작한다.

집안 곳곳에 90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외출할 땐 자기 몸에 카메라를 달면서까지 빈틈없이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는 남자 숀 베일(리 에반스)은 10년전 일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싸늘한 여론과 경찰의 시선 속에 언제 또다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릴지 모른다고 생각한 그는 스스로 알리바이를 확보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의 집 창고에는 그간 자신의 모습을 담은 10년치 테이프 9만7663개가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게다가 누명의 빌미가 될지 모른다며 자신의 모든 털을 밀어버리는 강박증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어느날 경찰이 찾아와 5년전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그를 지목한다. 결백을 주장하며 증거를 대려는 순간 하필이면 사건이 일어난 그 시간대를 기록한 테이프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피살자와 함께 발견된 또다른 테이프에는 그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잡아넣겠다고 벼르는 경찰과 억울함을 주장하는 숀 베일, 진실을 파헤치겠다며 집요하게 뒤쫓는 여기자가 뒤얽히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치달린다.

<프리즈 프레임>은 줄거리만큼이나 독특한 영상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설치한 카메라에 잡힌 영상과 감독의 카메라에 잡힌 영상이 끊임없이 교차된다. 주인공이 스스로 찍은, 흑백화면에 조악한 화질의 영상은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면서 극의 현실감을 높인다. 감독이 찍은 영상 또한 매끄럽지 않다. 주인공이 찍은 화면 못지 않게 어둡고 탁한 영상은 주인공의 불안하고 어두운 심리를 전해준다.

<마우스 헌트> <제 5원소>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에서 감초 같은 연기를 선보인 영국 코미디 배우 리 에반스는 이 영화에서 눈썹까지 밀어버리며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단편으로 기본기를 닦은 영국의 젊은 감독 존 심슨이 각본·연출을 맡은 장편 데뷔작이다. 7월7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영화풍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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