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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스스로 낭패 부른 강우석 감독 ‘승부근성’

등록 2005-06-29 18:19수정 2005-06-29 18:19

작년, 2004년까지만 해도 강우석 감독은 충무로의 지존이었다. 영화 주간지 <씨네21>을 비롯한 영화 매체들의 ‘충무로 파워’ 순위 조사에서 10년 가까이 1위를 해왔다. 충무로에서 처음으로 배급의 중요성을 간파해 직접 배급에 나섰고, ‘시네마서비스’라는 회사 간판 아래 여러 프로듀서와 감독들로 꾸려진 ‘강우석 사단’을 거느리면서 1년에 10편 안팎의 영화를 제작·배급했다. 스스로 직접 감독을 맡아 <투캅스> <공공의 적>에 이어 <실미도>까지 흥행감독의 자기 브랜드도 굳혔다. 90년대 이후 대기업, 금융자본이 차례로 충무로로 몰려왔다가 몰려나가는 동안 충무로 파워 1위를 지키면서 영화인의 자존심도 세웠다.

올해 5월, <씨네21>의 충무로 파워 조사에서 강우석 감독은 2위로 떨어졌다. 실제로 제작·배급 물량에서의 파워는 씨제이엔터테인먼트에게 밀리기 시작한 지 제법 됐지만 강 감독은 최근 3~4년 동안 충무로 파워 조사를 1~2개월 앞둔 시점에서 ‘시네마서비스와 플래너스 합병 발표’, ‘<실미도> 프로젝트 발표’, ‘<실미도> 관객 1천만명 돌파’ 등의 이슈를 타면서 1위를 지켜왔다. 그 스스로도 “(<씨네21> 충무로 파워 조사 담당 기자)의 전화가 오기 한달쯤 전부터 (1위를 확실히 하려면)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2위로 떨어졌다.

파워 2위로 떨어진 시점을 전후해 한동안 조용하던 강 감독이 지난 23일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배우와 매니지먼트 회사의 ‘횡포’에 대해 강도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영화계의 새 권력인 매니지먼트 회사와의 싸움에서 스스로 총대를 매겠다는 생각이었을지 모른다. 강 감독의 ‘보스기질’과 ‘승부근성’은 여전한 것같았다. 실제로 강 감독의 발언은 몇몇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그러나 영화계 안에서의 움직임은 다르게 흘러갔다. 강 감독 발언과 관계없이 ‘매니지먼트사의 지분요구 거절 결의’를 준비해오던 제작가협회의 상당수 제작자들은 강 감독의 ‘오버’로 인해 영화 제작 지분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제작가협회의 취지가 제작자와 배우 사이의 밥그릇 싸움처럼 비쳐지게 됐다며 흥분했다. 또 몇몇은 강 감독이 실명으로 비난한 송강호와 최민식이, 권력을 행사하는 거대 매니지먼트 회사와는 거리가 먼 배우들이며, 설경구까지 포함한 한국 남자배우 톱 3 가운데 강 감독과 가깝지 않은 두 사람임을 주목하면서 강 감독의 발언을 그의 ‘패권의식의 발로’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29일, 배우 최민식씨와 송강호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강우석 감독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아무리 톱이라도 배우가 충무로 지존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건 이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일에 가깝다. 그러나 문제는 강 감독의 편을 드는 영화인이 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강 감독은 결국 이날 밤 늦게 공개 사과 서한을 두 배우에게 보냈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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