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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이주여성들 “한국에 대해 영화로 수다 떨었어요”

등록 2011-04-11 19:11

일본인 소고 나미에, 중국인 주야리, 일본인 야마다 다카코씨가 촬영한 장면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일본인 소고 나미에, 중국인 주야리, 일본인 야마다 다카코씨가 촬영한 장면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6명 감독 등 도맡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출품
중국출신이 겪은 ‘중국산 식품 비하’등 실화 담아
훗, 웃음이 나면서도 뒷맛이 쌉싸래한 5분짜리 영화다. 놀이터에서 한국 엄마들이 중국산 음식이 비위생적이라며 툴툴댄다. 옆에 있던 중국인 엄마는 어린 딸이 달려오자 사탕을 건넨다. 같이 놀다 뛰어온 사내아이도 사탕을 달라 하자 중국인 엄마가 되묻기를, “어…중국 사탕 먹어도 되는지 (옆의 너희) 엄마에게 물어볼래?” 2000년 한국으로 온 중국 출신 주야리는 <사탕>이란 달콤한 영화 제목 안에 중국 이주여성의 쓰렸던 경험을 버무렸다.

한국으로 온 지 14년째인 일본인 히가시노 가오리는 몽골, 몰도바, 일본 출신 이주여성들의 목소리를 21분짜리 다큐멘터리 <레인보우>로 엮었다. “어른들 시선으로 다문화 어린이들은 뭔가 모자라거나 부족한 것이 있다고 봐요”, “외국에서 시집왔다고 하면 ‘니네 나라는 남자도 없어?’라고 하는데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목적으로 결혼한 것으로 생각하니까 상처를 많이 받아요”라는 고민에서부터, “한국 사람과 똑같아지라고 강요하지 말고, 그냥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할 순 없을까?”라는 물음을 영화를 통해 던진다.

지난 7일 개막해 14일 폐막하는 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는 이주여성 6명이 감독으로서 연출한 작품이 출품돼 관객들과 만났다. 그들이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에서 교육을 받아 이 영화제에 작품을 내는 것만 올해로 5번째. 화면이 흔들리거나, 영화에 끼어든 소음을 거르지 못한 장면도 있지만 오롯이 그들의 눈으로 본 이주여성들의 고충 등이 진지하게 전해온다.

벌써 3번째 영화를 연출한 일본인 소고 나미에는 비자 연장을 하러 갔다가 직원이 ‘독도는 누구네 땅이냐’고 물어 당황했던 일과 외출하면 아들에게 일본어로 말을 걸지 못했다는 사연 등을 풀면서 자원봉사 활동으로 한국 사회와 어우러져 가는 자신의 얘기를 영화 <유카타>에 담았다. <나의 첫 김치>를 찍은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지니는 “영화가 다문화가정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설득해 남편을 자기 영화에 출연시켰다.

이번에 출품한 영화들은 김진열 다큐멘터리 감독 등 인천과 안산에서 일하는 미디어교육 활동가들이 4개월간 워크숍을 열어 만들어졌다. 이주여성들은 프로듀서로 참여한 활동가들의 조언을 받아 시나리오 작성, 촬영, 편집을 직접 해냈다.

<레인보우>를 연출한 히가시노 가오리는 “한국 사회와 우리가 서로 어울려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며 “우리 아이가 자라면서 겪을 정체성의 문제 등을 한번 영상으로 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9일 이 영화들에 대한 공식 상영회를 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쪽은 이주여성 감독들의 영화를 디브이디(DVD)로 만들어 다문화센터와 관련 정부 기관에 나눠줄 예정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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