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앤 차일드, 써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자식 버린 엄마, 헌신적인 엄마, 잘나가던 엄마…
그녀들의 어제와 오늘로 바라본 ‘가족의 재발견’
그녀들의 어제와 오늘로 바라본 ‘가족의 재발견’
당신에게 어머니, 혹은 엄마는 무엇인가.
날 낳고 무책임하게 내팽개쳐둔, 그래서 ‘흥, 사랑? 그게 뭔데’라고 만들어버린 미움의 대상? 언젠가 내 곁을 떠날 것이란 사실에 둔감한 채 그이의 헌신적 삶도 당연한 그의 일상쯤으로 바라보는 존재? 아님 애초부터 나의 엄마였던 사람?
자, 여기 세 편의 영화가 있다. <마더 앤 차일드>(28일 개봉)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1일 개봉), 다음달 4일 극장에 걸리는 <써니>. 엄마, 그 이름을 위한 영화들이다.
■ 마더 앤 차일드 “내가 빗소리를 듣던 그날 밤, 너도 그 빗소리를 들었니?” 엄마의 가슴에 몇겹으로 쌓인 미안함은 볼 수 없는 딸을 향해 가다 그리움만 또다시 키워놓고 돌아선다. 열넷에 딸을 낳아 입양을 보낸 엄마, 버림받아 어떠한 사랑에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딸. 37년이 흘러 오십줄에 가정을 꾸린 엄마와 얼떨결에 아이를 가지면서 “엄마를 만난다면, 과거가 아닌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변호사 출신 딸은 그제야 서로를 찾아 나선다. <러브 어페어>에 나왔던 아네트 베닝(엄마), <킹콩>에 출연한 나오미 와츠(딸)의 연기는 눈물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가슴에 뜨거움이 일어나게 하는 힘을 보여준다. 임신을 못하자 “결국 중요한 건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며 입양을 결심하는 ‘루시’ 역의 케리 워싱턴도 엄마와 자식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엄마를 미워했던, 또는 이제 내가 그 엄마가 되어버린 이들이 <마더 앤 차일드>를 보면 좋을 듯하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월급쟁이 남편(김갑수)도,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딸(박하선)도, 여자친구밖에 모르는 삼수생 아들(류덕환)도 아내이자 엄마(배종옥)는 늘 가족을 챙기는 게 숙명인 양 대한다. 그 엄마가 암에 걸려 함께 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서야, 엄마의 존재감을 비로소 인지하는 이 무심한 남편과 자녀들. “나 언제 보고 싶을 것 같아?” 아내가 묻는데, 남편은 “다…. 넥타이 맬 때, 맛있는 된장국 먹을 때, 술 먹을 때, 술 깰 때, 잠자리 볼 때, 잘 때, 잔소리 듣고 싶을 때, 아플 때, 외로울 때, 다…” 답하며 말을 다 잇지 못한다. 엄마는 그 모든 곳에 존재했으나, 반의 반도 보지 못하는 것뿐. 결국 눈물로 치닫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같은 영화가 싫지 않다면 극장 갈 때 휴지를 꼭 챙기시길. 남대문시장 여장부였다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김지영)도 어느새 쇠약해진 우리네 어머니들을 떠올리게 한다.
■ 써니 때론 엄마는 태초부터 엄마였다는 생각에 빠져들곤 하는 건 아닌지. 여고 시절 사진을 보며 큭큭대는 엄마의 웃음을 “주책맞기는”이라고 흘겨보지는 또 않았는지. 임나미(유호정)는 병원에서 우연히 죽음을 앞둔 고교 친구 하춘화(진희경)를 만나고, 춘화는 학창 시절 7공주 모임 ‘써니’ 멤버를 보고 싶다고 얘기한다. 영화는 주부가 된 이들이 하나둘 만나가는 과정과 이들의 고교 시절을 번갈아 오가며 ‘누구 엄마’가 아닌 엄마의 청춘을 유쾌하고 아련하게 그려낸다. <과속스캔들>로 흥행한 강형철 감독은 스펙스 운동화, 금성전자, 사진관 허바허바사장 등 80년대 시절 풍경을 놓치지 않고 배치했다. 보니엠의 ‘서니’와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 나미의 ‘빙글빙글’ 등 추억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미래의 나미야, 난 (고등학생) 나미인데, 넌 화가가 되어 있을 것 같고, 음악다방 디제이도 할 것 같아, 어…어…그리고. 만화책방 주인도 되어 있을 거야. 흐흐흐.” 엄마가 된 나미는 고교 시절 찍은 영상을 20여년 만에 보며, 풋풋했던 자신의 꿈과 마주한다. 성인이 된 ‘써니’ 멤버들의 장면에서 다소 극의 템포가 떨어지지만,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 온 어린 나미 역 심은경의 연기도 귀엽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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