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체포왕’·‘써니’ 등에 소재로 등장
암울했던 시기 상징으로 쓰여
암울했던 시기 상징으로 쓰여
“젠장, 전재산이 29만원인 사람에게 무슨 경호가 필요하냐?”
‘젠장’의 상대는 거론되지 않는다. 하지만 ‘29만원’에서 그 사람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란 걸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의 검거 실적주의를 코믹하게 꼬집는 영화 <체포왕>(4일 개봉)에선 연쇄 성폭행범을 잡으려다 실패한 강력반 형사가 좌천돼 지키는 곳이 전 전 대통령이 사는 서울 연희동 골목 지구대다. 영화는 재산이 29만원뿐이라며 비자금 추징금 1672억원을 내지 않는 전직 대통령을 웃음의 코드로 끌어들여 비꼰다.
5월의 극장가에 ‘전두환’이 등장하고 있다. 영화는 그를 풍자의 대상으로, 암울했던 시기를 나타내는 상징적 배경으로, 또 깊은 시대적 상처를 안긴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여고 시절 ‘7공주’로 뭉쳤던 이들이 40대가 돼 다시 만나는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린 영화 <써니>(4일 개봉)에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전 전 대통령의 얼굴과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1980년대 시위거리가 나온다. 1980년대 팝그룹 조이의 ‘터치 바이 터치’ 노래가 깔리는 가운데 소녀들의 패싸움이 최루탄을 쏘는 전경들과 뒤엉켜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는데, 강형철 감독은 “그때의 시대적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해주던 아줌마, 도청을 사수했던 구두닦이 시민군 등의 생생한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오월애>(12일 개봉)에선 전 전 대통령을 향한 묘사가 좀더 직설적이다. 영화는 2003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총기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야. 그러니까 계엄군이 진압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라던 전 전 대통령의 모습과 함께 “난 그 사람이 티브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속이 확 뒤집어진다. 가슴에 천불이 난다” “전두환이 솔직하게 진상을 밝혀줬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당시 시민군, 아들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어머니의 절절한 얘기들을 풀어놓는다. 기억되지 않은 시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다는 <오월애>의 김태일 감독은 “국가가 국민을 조금이라도 더 무서워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며 “지금도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사는 광주의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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