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오월애>를 만든 ‘상구네 가족’의 아빠 김태일, 엄마 주로미, 아들 상구군.(사진 위 오른쪽부터) 2일 낮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만난 이들은 서로 가슴과 등을 맞댄 채 카메라 앞에 섰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아빠는 감독, 엄마 조감독, 아들 촬영보조
시민군·주먹밥 아줌마 등 6개월간 인터뷰
“정부, 정신적 치유 등에 관심 가져야 한다”
시민군·주먹밥 아줌마 등 6개월간 인터뷰
“정부, 정신적 치유 등에 관심 가져야 한다”
다큐영화 ‘오월애’ 만든 상구네 가족
“또 5월 팔아먹으려고?”
“가족들이 같이 만드는데 그러겠어요?”라고 해도, “가족사기단도 있지 않냐”고 쏘아붙였다. “아무 씨알데(쓸데)없어. 이런다고 밥이 나오요, 옷이 나오요?” 과일 행상 할머니는 고개를 휙 돌렸다. 불신 탓인지 다들 기억을 끄집어내길 불편해했다.
2009년 5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기 위해 ‘상구네 가족’은 아예 서울에서 광주 대인시장 빈집 옥탑방으로 이사했다. 6달여를 광주에서 지내며 ‘5·18’의 기억을 지닌 시장통 할머니와 쑥도 다듬고, 구두닦이 아저씨, 자장면집 사장님 등과 술 한잔 하며 거리를 좁혀갔다. “씨알데없다”던 할머니도 그제서야 그날을 이야기했다. “워매 워매, 전남도청 나가보니 ‘나 살려라’ 난리도 아니여. (주먹)밥 만들자는 의견을 어찌 냈을까 몰러. 집집마다 (쌀 걷으러) 다닌 것이 지금도 통쾌해.”
12일 개봉하는 101분짜리 다큐 영화 <오월애>는 ‘상구네 가족’이 만든 첫 작품이자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작이다. 감독은 다큐영상 전문가인 아빠 김태일(48), 조감독은 엄마 주로미, 촬영보조는 15살 아들 상구가 맡았다. 제작기간은 자료조사, 편집까지 2년여가 걸렸다.
영화는 1980년 5월 도청을 지킨 시민군, 계엄군 소대장,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준 아주머니 등 역사가 주목하지 않았던 40여명의 목소리로 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그들의 삶을 돌아본다.
“방직공장 어린 여자들까지 북 두들기며 가는데 내 가슴이….” “동네 사람들이 죽어나가니까….” “아줌마들도 열받은 거재!” 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는지 들려주던 영화는 “지금도 악몽을 꾼다”며 신경안정제 등을 한움큼 먹는 이들의 현재 모습까지 쫓아간다. 5·18 관련자 53명이 목숨을 끊은 현실과 옛 전남도청 철거를 두고 찬반으로 갈린 광주를 통해 끝나지 않은 ‘5·18’도 짚는다.
김 감독은 “역사를 움직이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가진 것 없어도 함께 나눴던 당시 시민들의 공동체 모습이 지금 이 시대에 주는 울림도 크다”는 것이다. “5월만 되면 손발 떨리는 이분들의 정신적 치유 등에 정부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다큐공동체 ‘푸른영상’에서 활동하며 비전향 장기수, 노동자 등의 다큐영상 12편을 만들었다. <오월애>는 ‘상구네’가 “민중의 눈으로 본 역사 다큐영상을 만들자”고 기획한 ‘민중의 세계사 1편’이다. 대륙을 돌며 10편까지 만들 참이다. 2편 촬영을 위해 내전과 대학살을 겪은 캄보디아로 이르면 올해 말 떠난다. “우리 집은 늘 아이엠에프”라고 웃는 ‘상구네’는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제작비 지원도 내심 고대했다. 2년 전 초등학교 졸업 뒤 “엄마와 아빠를 따라나서면 더 공부가 될 것 같다”며 학교를 그만둔 상구도 다시 카메라를 짊어진다. 1편 제작에 빠져 “칫, 오빠만?” 서운해하던 초등학생 송이까지 2편 여정부터 동참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김 감독은 “역사를 움직이지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했다. “가진 것 없어도 함께 나눴던 당시 시민들의 공동체 모습이 지금 이 시대에 주는 울림도 크다”는 것이다. “5월만 되면 손발 떨리는 이분들의 정신적 치유 등에 정부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다큐공동체 ‘푸른영상’에서 활동하며 비전향 장기수, 노동자 등의 다큐영상 12편을 만들었다. <오월애>는 ‘상구네’가 “민중의 눈으로 본 역사 다큐영상을 만들자”고 기획한 ‘민중의 세계사 1편’이다. 대륙을 돌며 10편까지 만들 참이다. 2편 촬영을 위해 내전과 대학살을 겪은 캄보디아로 이르면 올해 말 떠난다. “우리 집은 늘 아이엠에프”라고 웃는 ‘상구네’는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제작비 지원도 내심 고대했다. 2년 전 초등학교 졸업 뒤 “엄마와 아빠를 따라나서면 더 공부가 될 것 같다”며 학교를 그만둔 상구도 다시 카메라를 짊어진다. 1편 제작에 빠져 “칫, 오빠만?” 서운해하던 초등학생 송이까지 2편 여정부터 동참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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