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 서울의 한 극장에서 <연애의 목적>을 봤다고 치자. 아마도 영화표 값으로 7000원을 냈을 것이다. 여기엔 10%의 부가세(약 636원)가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순수한 표값은 6364원 가량일 것이다.
부율이란 게 있다. 영화표 값을 제작사 쪽과 극장 쪽이 나눠갖는 비율이다. 한국영화의 경우 반반씩 나눠갖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6364원의 절반인 3182원을 먼저 극장 쪽이 가져간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몽땅 제작사가 가져가는 걸까? 천만에. 우선 배급 수수료를 떼어줘야 한다. 영화의 배급, 다시 말해 해당 극장에 영화가 걸릴 수 있도록 애쓴 배급사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8~12%를 떼어준다. 평균 10%라고 잡는다면 318원 가량이 배급사에게 넘어가는 셈이다.
그러고 나면 2864원이 남는다. 이를 또 제작사와 투자사가 나눠야 한다. 투자사는 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돈을 댄 회사다. 보통 투자사와 제작사 간에 나눠갖는 비율은 6 대 4다. 투자사가 1718원을 가져가고 나면, 남은 1146원이 순수하게 제작사 쪽에 떨어지는 돈이다. 영화를 만드는 실질적 주체임을 감안할 때 의외로 적은 돈을 가져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제작자들이 매니지먼트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출연말고는 영화를 만드는 데 기여한 바도 없으면서 제작사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강우석 감독이 배우 최민식·송강호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개인 간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다행히 개인들 사이의 문제는 일단락됐고, 이젠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달 말 내놓은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최근 3년간 영화 투자·제작부문의 수익률은 2001년 29.3%에서 2003년 -8.8%로 크게 떨어진 반면, 극장 부문 수익률은 2001년 14.9%, 2002년 18.1%, 2003년 18%로 계속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영화 부율을 외국영화와 같은 수준으로 맞춰 투자·제작사가 표값의 60%를 가져갈 경우 이들의 수익률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에서 표값을 나눠갖는 과정을 거꾸로 살펴보면, 영화가 관객을 만날 때까지 무척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 등 후반작업까지 배우, 스태프와 함께 제작사가 책임진다. 앞서 이를 투자사가 뒷받침하고, 영화가 완성된 뒤에는 배급사가 발로 뛴다. 극장은 가장 마지막 단계다. 그런데 이 마지막 단계에서 표값의 절반을 가져간다.
제작자와 배우·매니지먼트사 간의 이번 갈등 표출은 이들만이 아닌 한국영화 전체의 문제로부터 비롯됐다.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영화가 잘 안되면 극장도 잘 안된다. 극장도 한국영화계의 한 주체로서 이번 사태를 뒷짐지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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