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제작사-매니지먼트 논란, 극장도 책임감 느껴야

등록 2005-07-06 17:18수정 2005-07-06 17:18

당신이 만약 서울의 한 극장에서 <연애의 목적>을 봤다고 치자. 아마도 영화표 값으로 7000원을 냈을 것이다. 여기엔 10%의 부가세(약 636원)가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순수한 표값은 6364원 가량일 것이다.

부율이란 게 있다. 영화표 값을 제작사 쪽과 극장 쪽이 나눠갖는 비율이다. 한국영화의 경우 반반씩 나눠갖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6364원의 절반인 3182원을 먼저 극장 쪽이 가져간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몽땅 제작사가 가져가는 걸까? 천만에. 우선 배급 수수료를 떼어줘야 한다. 영화의 배급, 다시 말해 해당 극장에 영화가 걸릴 수 있도록 애쓴 배급사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8~12%를 떼어준다. 평균 10%라고 잡는다면 318원 가량이 배급사에게 넘어가는 셈이다.

그러고 나면 2864원이 남는다. 이를 또 제작사와 투자사가 나눠야 한다. 투자사는 영화를 찍을 수 있도록 돈을 댄 회사다. 보통 투자사와 제작사 간에 나눠갖는 비율은 6 대 4다. 투자사가 1718원을 가져가고 나면, 남은 1146원이 순수하게 제작사 쪽에 떨어지는 돈이다. 영화를 만드는 실질적 주체임을 감안할 때 의외로 적은 돈을 가져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제작자들이 매니지먼트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출연말고는 영화를 만드는 데 기여한 바도 없으면서 제작사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강우석 감독이 배우 최민식·송강호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개인 간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다행히 개인들 사이의 문제는 일단락됐고, 이젠 문제의 본질로 돌아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달 말 내놓은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최근 3년간 영화 투자·제작부문의 수익률은 2001년 29.3%에서 2003년 -8.8%로 크게 떨어진 반면, 극장 부문 수익률은 2001년 14.9%, 2002년 18.1%, 2003년 18%로 계속 안정적인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영화 부율을 외국영화와 같은 수준으로 맞춰 투자·제작사가 표값의 60%를 가져갈 경우 이들의 수익률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에서 표값을 나눠갖는 과정을 거꾸로 살펴보면, 영화가 관객을 만날 때까지 무척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 등 후반작업까지 배우, 스태프와 함께 제작사가 책임진다. 앞서 이를 투자사가 뒷받침하고, 영화가 완성된 뒤에는 배급사가 발로 뛴다. 극장은 가장 마지막 단계다. 그런데 이 마지막 단계에서 표값의 절반을 가져간다.

제작자와 배우·매니지먼트사 간의 이번 갈등 표출은 이들만이 아닌 한국영화 전체의 문제로부터 비롯됐다.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한국영화가 잘 안되면 극장도 잘 안된다. 극장도 한국영화계의 한 주체로서 이번 사태를 뒷짐지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