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마’ 김해숙·유해진
영화 ‘마마’ 김해숙·유해진
첫사랑 찾아주는 효자와 엄마…실제론 15살차
김해숙, 4년째 투병 중인 엄마 생각에 눈물 쏟아
첫사랑 찾아주는 효자와 엄마…실제론 15살차
김해숙, 4년째 투병 중인 엄마 생각에 눈물 쏟아
그때만 해도 김해숙(56)은 눈물을 참으려 했다. 지난 2일, 영화 <마마> 제작보고회 자리였다. “엄마가 4년째 투병 중이시다. 이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제 눈물을 넘어선 것 같다.”
23일 <마마>(6월2일 개봉)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 “각 배우들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제작보고회 때의 질문이 또 나왔다. 김해숙은 자기 답변 차례가 오기 전부터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부터 엄마가 나를 몰라보신다. 죄송할 따름이다. 나를 알아보실 때 조금 더 잘해드리지 못해 후회되고 가슴 아프다….” 그는 “어머니를 모시고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어머니께 작은 선물을 드리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찍었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가 이 영화를 본다면, 아들과 연인처럼 지내고 ‘열여덟 순정’ 같은 엄마를 애교스럽게 연기한 딸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을 터다.
1955년생인 김해숙은 70년생인 유해진을 영화 속 아들로 뒀다. 엄마에게 영어강사라고 속인 조폭두목 아들은 길에서 엄마를 업고 노래 ‘삼바의 여인’을 불러주거나, 엄마의 첫사랑까지 찾아나서는 효자다. 희귀병 아들을 둔 야쿠르트 배달 엄마(엄정화), 딸과 전투 치르듯 싸우는 유명 소프라노 엄마(전수경) 등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 그래도 숨통을 틔워주는 이들이 ‘김해숙-유해진’ 닭살 모자지간이다. 영화처럼 두 사람이 얼마나 닭살인가 하면, “내가 아빠로 보여서, 부녀지간으로 여기면 어쩌나 걱정했다”는 유해진의 너스레는 그렇다 치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원빈·김래원·차태현 등의 엄마로도 나왔던 김해숙은 “유해진이 가장 멋진 아들”이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한다. “유해진이란 사람이 괜찮아 보여서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아들이 누구냐고 했더니 유해진이라고 하더라. (엄마와 아들로 나오기엔) 실제 나이 차(15살 차이)가 많지 않지만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결국 영화에선 잘려나갔지만, 김해숙이 병원에 입원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두 사람이 대본에 없던 입을 맞추는 즉흥연기까지 했다고 한다. 김해숙은 “아들 역인 해진씨가 앞에 있는데 너무 사랑스러워서, 얼굴을 내밀었다”고 했고, 유해진은 “내가 입이 튀어나와서 입을 조금만 내밀어도 됐다”며 웃었다.
김해숙은 “아들과 서로 죽고 못 사는, 깨가 쏟아지는 애인 같은 모자지간이다. 하늘에 별도 따다줄 수 있는 아들”이라며 “우리 딸들이 (영화 속) 유해진처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1974년 <문화방송>(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해숙은 영화 내내 철부지 엄마 같이 행동하다 “지한테 아들은 자식이 아니라 부모여요”란 대사 딱 한마디로 극적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힘을 지녔다.
제목을 아예 <마마>로 지은 영화의 내용과 소재는 신선하지 않지만, 그래도 영화의 틈을 메우는 건 김해숙 등 배우들의 연기 덕이다. 김해숙은 “엄마는 항상 내 옆에 있어준 소중한 사람이지만 (자식들이) 소홀히 대하면서 가슴 아파하게 되는 것 같다”며 “(투병 중인) 엄마에게 아직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사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며 병석에 누운 엄마에게 고마움을 내비쳤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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