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라인드’ 주연 김하늘
시력 잃은 경찰대생 ‘수아’역 맡아
촉각 등 이용해 뺑소니 범인 추적
촬영 전엔 점자책·안내견 연습도
촉각 등 이용해 뺑소니 범인 추적
촬영 전엔 점자책·안내견 연습도
영화 ‘블라인드’ 주연 김하늘
영화 <블라인드>의 보도자료 봉투엔 검은색, 흰색 바둑알 6개가 들어 있었다. 기자간담회장에 불이 꺼졌다. “자, 오로지 감촉만으로 흰색 바둑알을 찾아보세요. 힌트를 드리면, 흰색이 (사물을) 더 크게 보이게 하기 때문에 실제 바둑알을 제작할 땐 검은색 바둑알을 조금 크게 만듭니다. 흰색 바둑알의 표면이 좀더 매끄럽고요. 크기와 촉감의 차이에 집중하면 고를 수 있을 겁니다.”
시각이 닫히면, 다른 감각이 더 열린다는 오감의 상관관계에서 영화 <블라인드>(8월11일 개봉)는 출발한다. 뺑소니 사고의 목격자는 시력을 잃은 경찰대생 ‘수아’. 그는 자신의 피부에 스친 공기와 소리의 파장, 코로 스며드는 미세한 향으로 느낀 사고의 순간과 범인의 실마리를 경찰에게 풀어놓으며 사건의 실체에 다가선다.
요즘 한국방송(KBS) 예능 프로 <해피선데이-1박2일> 여배우 특집 편에 나와 “깍쟁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인데?”란 시청자 반응을 이끌고 있는 김하늘(33·사진)이 수아 역을 맡았다. “주변에서 예능 프로그램 나가면 평소처럼 너무 까불지 말라고 했다”면서도 결국 승부욕 넘치는 예능감을 누르지 못한 김하늘의 <1박2일> 출연은 무거웠던 수아 역을 내려놓은 뒤의 외출이자, 소풍이었던 셈이다.
1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하늘은 “눈이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연기하니까, 감정이 잘 나오지 않아서 사실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연기는 데뷔 13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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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약간 폐쇄 공포가 있다”는 김하늘은 “촬영 일주일 전부터 잠을 거의 못 잤다. 방에 불이 꺼지고 어두워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어떨까란 생각에 공포감이 심하게 왔다”며 수아 역을 맡은 부담감을 내비쳤다.
김하늘은 만만치 않은 이 연기를 위해 촬영 전에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점자책을 읽는 법, 지팡이를 짚거나 안내견과 함께 걷는 연습 등을 했다고 한다. “보이진 않아도 더 많은 걸 느끼고 보는” 시각장애인들의 모습과 감각을 흉내 내는 것에 그치면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란다.
그는 “시각장애인 분들도 많이 만났고, 더 깊이 고민했다”며 “시각장애인 분들을 뵈니 생각했던 것보다 긍정적이고, 표정도 훨씬 다양하고 밝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김하늘이 2009년 <7급 공무원> 이후 2년 만에 출연하는 영화다. ‘휴먼 오감 추적 스릴러’라고 길게 이름붙인 이 영화는 공포영화 <아랑>(2006)을 연출한 안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난 두눈으로 사고현장을 똑똑히 봤다”며 수아와 다른 진술을 하고 나서는 권기섭 역은 이날 제작보고회 자리에서 김하늘을 꼬박꼬박 “누나”라고 부르던 유승호가 맡았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그는 “시각장애인 분들도 많이 만났고, 더 깊이 고민했다”며 “시각장애인 분들을 뵈니 생각했던 것보다 긍정적이고, 표정도 훨씬 다양하고 밝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김하늘이 2009년 <7급 공무원> 이후 2년 만에 출연하는 영화다. ‘휴먼 오감 추적 스릴러’라고 길게 이름붙인 이 영화는 공포영화 <아랑>(2006)을 연출한 안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난 두눈으로 사고현장을 똑똑히 봤다”며 수아와 다른 진술을 하고 나서는 권기섭 역은 이날 제작보고회 자리에서 김하늘을 꼬박꼬박 “누나”라고 부르던 유승호가 맡았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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