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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우리는 특별하지 않아요”

등록 2011-06-02 21:22수정 2011-06-02 22:36

영화 ‘종로의 기적’ 출연 정욜씨
“좋다”고 고백했다.

그의 병을 안다. 그가 좋아진 자신의 마음도 안다.

“절대 안 된다”고 그가 뿌리쳤다.

“무슨 좋은 꼴 있겠어, 무슨 욕 먹으려고?” 그는 완강했다.

“힘든 상황이 와도 잘 헤쳐나가면 돼.” 그도 물러서지 않았다. 쟤도 날 좋아하고 있는 눈빛까지 밀쳐내지 못하는 걸, 보고 있어서다.

정욜(33·사진)씨는 남자이고, 동성애자다. 5년여 같이 사는 동갑내기인 ‘석주’씨는 남자이고 동성애자이며,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걸린 에이즈 환자다. 둘은 에이즈 감염인 인권운동을 하다 만났다.

“처음엔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람들도 반대했어요. ‘다시 생각해보라’는 거였죠. 저 사람이 좋았고, 손을 잡거나 같이 생활한다고 전염되는 것도 아니고요. (HIV) 바이러스가 둥둥 떠다니는 게 아니잖아요.”

그는 2일 개봉한 게이들의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감독 이혁상)에서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4명 동성애자의 생활을 4개의 에피소드로 꾸민 영화는 그들의 삶을 유쾌하면서도 잔잔한 시선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종로는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술집이 많은 곳이고, 그 역시 5년 전 그 술집 중 한곳에서 지금의 석주씨에게 마음을 표현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 시내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정욜씨는 “물론 내가 좀 특별하게 살고 있긴 하지만…”이라고 웃으며, “영화를 보는 분들이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되고 사랑하는 것처럼 이 사람들도 특별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3월 영업기획 대리로 다녔던 회사를 그만둔 그는 인권단체 ‘사람’의 활동가라는 직함을 하나 더 달았다. 그와 같이 사는 석주씨는 에이즈 감염인 인권단체 ‘카노스’의 대표다.

영화에서 감염인 치료 인권운동 등의 자신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그는 감염인을 그저 격리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감염인은 질병을 가진 환자로,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받은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위로받고 제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삼지창을 든 악마나 공포의 대상으로 보면, 이들은 더 어두운 곳으로 숨게 된다. 정부도 이들의 치료인권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화면 기사인데, 이러다 사회면 기사처럼 되겠다”며 웃는 그는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영화를 찍고 나서 매일, 매시간이 고민”이라는 것이다. 스무살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게 됐고, 군대 정신병동으로 면회 온 부모님에게 그 사실을 말했지만, 아직 자신이 누구와 사는지는 알리지 못했다. “혹시 영화가 잘되어서 가족들도 보게 되면…”이란 현실적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나의 일상생활이 지극히 평범한데, 이 길이 잘못된 게 아닌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며 또 담배 한 개비를 집어들었는데, 사실 이 영화는 그 모든 것을 유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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