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의(사진 위)와 박신혜(아래)
송창의·박신혜, 애니메이션 ‘소중한…’ 더빙
우주비행사 꿈꾸는 철수와 여고생 이랑 역할
우주비행사 꿈꾸는 철수와 여고생 이랑 역할
“너무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러우면서도 누를 끼칠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송창의(32·사진 위)와 박신혜(21·아래), 두 배우가 ‘목소리 더빙’을 하며 이런 부담감을 느낀 것은 그들의 말마따나 이 작품의 제작기간 때문이다. 23일 개봉하는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 <소중한 날의 꿈>은 기획, 자료수집, 제작까지 11년이 걸렸다.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거의 없애고, 연필로 그린 그림 10만장이 들어간 영화다. 사실 10만장도 이 영화에 최종적으로 쓰인 그림의 양일 뿐이고, 이 영화 제작진은 “제작기간 동안 그림의 유행이 바뀐다든지, 스토리가 수정되면서 폐기한 그림까지 더하면 족히 70만~80만장은 그렸을 것”이라고 했다.
1970년대 말 고등학생들의 꿈과 사랑을 담은 이 영화에서 송창의는 우리나라 최초 우주비행사를 꿈꾸며 학교 옥상에서 비행실험을 하려고 뛰어내리기까지 하다 “네가 죽으면 국어 교과서의 이름이 바뀌어야 한다”는 친구들의 놀림을 듣는 ‘철수’의 목소리를 맡았다. 박신혜는 영화 <러브스토리>의 남자주인공 라이언 오닐 같은 남자와의 사랑을 바라지만, “여자한테 반말을 하는 건 (네가) 처음”이라며 우산을 주고 달아나는 철수와 풋풋한 감정을 나누는 여고생 ‘이랑’ 역에 목소리를 실었다. 뮤지컬 배우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종영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자 연기를 했던 송창의와,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등에 출연한 박신혜 모두 ‘더빙 연기’는 처음이다.
그림의 손맛이 느껴지는 영화는 군산 철길마을, 서울 이화동 달동네마을, 충남 공주 시골집과 들녘, 천안 아우내장터 방앗간 등의 실제 모습을 참고해 한폭의 수채화처럼 재현해내며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영화 <러브스토리>와 70년대 드라마 <여로>의 장면, 프로레슬링 선수 김일의 경기 모습, 빵집과 레코드가게 등 추억의 장면도 복원해 감성을 흔든다. “1등은 좋은 것이지만 내가 가는 길이 등수가 매겨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랑의 대사처럼 너무나도 착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의 내용은 좀 밋밋한 편인데, 송창의와 박신혜는 극적인 사건 없이 흐르는 영화에 목소리 연기로 생기를 불어넣는 몫을 해낸다.
7일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박신혜는 “부모님께 얘기로만 들었던 학창시절의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접하면서 신기했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철수의 목소리를 진짜 송창의가 했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데, 1979년생인 송창의는 고등학생 철수의 목소리를 위해 “목소리 톤을 바꾸었다”며 웃었다. 안재훈 감독은 드라마에서 바로 이 송창의의 수줍은 듯, 밝은 웃음소리를 듣고 우주로 가고 싶어하는 철수 역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연필로명상하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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