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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개그 아니라 진짜 영화제 진출했다니깐요~

등록 2011-06-26 20:04수정 2011-06-26 21:21

개그맨 영상제작단 ‘동명단’의 단장인 손헌수(뒷줄 왼쪽 셋째)가 <통키는 살아있다>를 같이 만든 동료 개그맨들과 함께 문화방송 코미디언실 앞에서 모였다. 동명단원들인 이석재, 추대엽, 손헌수, 이국주, 최재호, 김경진(뒷줄 왼쪽부터). 조해욱, 김주연(앞줄 왼쪽부터). 탁기형 선임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개그맨 영상제작단 ‘동명단’의 단장인 손헌수(뒷줄 왼쪽 셋째)가 <통키는 살아있다>를 같이 만든 동료 개그맨들과 함께 문화방송 코미디언실 앞에서 모였다. 동명단원들인 이석재, 추대엽, 손헌수, 이국주, 최재호, 김경진(뒷줄 왼쪽부터). 조해욱, 김주연(앞줄 왼쪽부터).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270만원 들여 단편 ‘통키는 살아있다’ 제작
미쟝센영화제 올라…“발칙한 상상력” 평가
손헌수 등 개그맨 뭉친 ‘동명단’

제작비 270만원. 촬영기간 꼬박 이틀. 카메라 흔들어 찍고, 뛰면서 찍고 해볼 건 다 해보기. 출연료는 차비 정도.

“개그우먼 이국주가 자기처럼 옆으로 퍼진 친구까지 데려와 촬영 끝나고 고깃집에서 식사”한 게 그나마 출연료를 웃도는 과다출혈. 감독, 배우, 스태프까지 모두 ‘동명단’이란 낯선 단체의 소속원. 뭔 얘기들 하려고 했나보니, 이젠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진 만화 속 주인공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찾아가는 ‘코믹 추적기’. 불꽃슛으로 환호받던 <피구왕 통키>의 통키는 동네 꼬마 앞에서도 맥을 못추는 폐인이 됐고, <은하철도 999>의 메텔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술집 접대부가 됐으며, <윌리를 찾아라>의 윌리는 사채빚으로 여전히 숨어다니고, “이세상 끝까지 뛰겠다”던 <달려라 하니>의 하니는 걷기만 해도 숨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더라는 것.

“영화제라뇨? 이건 말도 안 돼요.”

23일 경기도 일산 <문화방송> 드림센터에서 동료 개그맨들과 모인 추대엽의 말처럼 일이 조금 커져버린 것이다. 이들이 찍은 35분짜리 저예산 단편영화 <통키는 살아있다>가 오는 30일 폐막하는 10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 이 영화제가 생긴 이후 최다 편수인 816편이 출품돼 13 대 1의 예선을 뚫은 62편의 본선 경쟁에 덜컥 포함된 것이다. 5개 장르별로 수상작과 장르통합 대상작을 뽑는데, 이 작품은 9편이 오른 ‘희극지왕’(코미디) 부문에 들어 있다.

“발칙한 상상력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단편을 선정했다”는 영화제 쪽의 그럴싸한 예심 평까지 덧붙여졌으니, 이들로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대학 시절 영상제작과를 다니며 단편 3편을 찍은 개그맨 김경진이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어도 ‘허구의 다큐’란 형식에다, 날것의 느낌을 주는 장점이 있으니 한번 신청해보자”고 했던 것이 이 상황까지 와버린 것이다.

영화는 약수터 하체단련기구에서 운동하는 아줌마의 발밑에 술잔을 내려놓고 “우리 아버지 산소였다”며 우는 통키의 모습 등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제작, 감독, 각본은 물론 ‘통키’ 주인공까지 맡은 손헌수는 “영화제 쪽에서 코미디 요소를 좋게 본 것 같다”며 “온라인을 통해 이 영화를 본 분들은 ‘대중한테 잊혀진 코미디언들의 모습을 영화에 투영한 것 같다’는 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통키는 살아있다>는 문화방송 공채 개그맨들이 지난해 10월 발족한 영상제작단 ‘동명단’의 첫 영화다. 2000년대 초 ‘허무개그’ 코너로 인기를 끌었던 손헌수가 단장을 맡은 동명단엔 조해욱, 추대엽, 이국주, 김경진, 김주연 등 14명이 속해 있다. 손헌수는 “일이 많지 않고 방송의 기회도 적으니 우리가 직접 영상을 만들어 머릿속에 있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코미디를 마음껏 펼쳐보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영화가 만들어진 즈음은 문화방송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코미디 프로 <하땅사>가 7개월 만에 폐지된 직후여서 엠비시 개그맨들이 딱히 설 무대가 없던 시기였다.

개그우먼 김주연은 “프로가 없어질 때는 ‘이제 뭘 해먹고 사나’ 하는 생각에 우울증도 약간 있었다”고 했고, 이국주는 “조금만 더 하면 (시청률이) 좋아질 것 같은데 없어지니까 너무 아쉬웠고, ‘너희들 이제 어떡하냐’라는 바깥의 시선이 솔직히 더 힘들었다”고 했다.

‘통키는 살아있다’에서 술집 접대부가 된 ‘은하철도 999’의 메텔의 모습.
‘통키는 살아있다’에서 술집 접대부가 된 ‘은하철도 999’의 메텔의 모습.
결국 이 영화는, 또 ‘동명단’ 결성은 웃기지 않으면 안 되는 이들이 찾은 또다른 돌파구였던 셈이다. 사실 <통키는 살아있다>는 손헌수가 군대 시절부터 구상했지만, 제작진한테 채택이 거부된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개그맨들이 장난삼아 단편 하나 찍고 대충 그만두겠거니 여긴다면 오산이다. 올 초 촬영하다 중단한 뒤 재촬영을 준비중인 90분짜리 장편영화 <자존심을 찾아서>와 9월 촬영할 단편 <늑대인간>, 내년에 찍을 장편 <살인자도 사람이다> 제작을 줄줄이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겐 서운할 법한 얘기다.

‘동명단’은 ‘동방을 넘어 널리 토종코미디를 알리겠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손헌수는 “여기서 멈추면 정말 우스워진다. 우리가 만든 영상, 영화를 통해 세련된 코미디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코미디 방송은 안 하나?’란 의문이 든다면, 금요일 밤 12시35분으로 밀린 문화방송 코미디 프로 <웃고 또 웃고>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잠든 시간, 그들은 “1주일 동안 짠 노력을 그래, 누군가는 봐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심야의 무대에 올라서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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