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이그 저 귓것’
오멸 감독 ‘뽕똘’ ‘어이그 저 귓것’
영화는 ‘자파리’스럽고, ‘망고스틴’ 같아야 한다는 두 감독이 있다. 뭔 말인가 싶겠지만, 둘이 25일 동시 개봉하는 영화 제목은 더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독특한 이름의 창작집단을 따로따로 이끌며 제작비 500만원 규모의 영화를 극장에 내건 이들이 그래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오멸 감독
한국 영화인데 한글 자막이 깔린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대부분 제주에서 자란 배우들이, 제주의 ‘언어’로 말하는 영화를 뭍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실 <뽕똘>은 뭐고, <어이그 저 귓것>은 뭔지, 영화 제목부터 이해불가다.
“뽕똘은 낚싯줄 끝에 매단 작은 쇳덩이나 돌덩이란 제주도 말인데, 키가 작고 야무진 사람을 말하죠. ‘어이그 저 귓것’은 ‘으이그 저 바보 같은 녀석’이란 뜻을 갖고 있고요.”
유쾌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두 영화는 바로 이 제주도 출신 오멸(40) 감독이 연출해 이번에 동시 개봉하는 작품들이다. <뽕똘>은 영화를 찍고 싶은 뽕똘이 서울에서 온 여행자 성필을 주연배우로 기용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낄낄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인간의 상처에 대한 치유와 구원의 메시지도 던진다. 어수룩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망설임없이 해보는 뽕똘의 캐릭터도 애정이 간다. 감독이 중고차를 팔아 300만원을 마련하는 등 제작비 500만원이 들었다.
한국영화에 한글자막이 웬말?
제주사람들 상처 웃음에 담아
“모든 창작은 소통이고 놀이다” <어이그 저 귓것>은 고향 제주로 온 용필에게 기타와 노래를 배우려고 쫓아다니는 뽕똘과 댄서 김, 술에 절어 사는 하르방 등 네 남자의 이야기를 구성진 노래들과 함께 풀어내며 지친 삶을 위로해주는 영화다. 지난해 <어이그 저 귓것>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뒤 오 감독의 <뽕똘>까지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개봉에 이르렀다.
“제주 사람들의 아픔, 그들의 삶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잘 아는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주의 언어로 담아내고 싶었죠.”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오 감독은 캔버스 밖으로 눈을 돌려 2004년 예술창작집단 ‘자파리연구소’를 만들었다. 제주에서 ‘자파리’는 ‘쓸데없는 짓’이란 뜻이다. 하지만 그는 “자파리란 말 속엔 (자기가 하고 싶어서 벌여놓고 노는) 놀이란 뉘앙스도 담겼다”고 했다. 자파리연구소를 통해 창작연극을 만들어 제주와 일본 등에서 공연한 그는 <어이그 저 귓것>을 연출해 영화로도 보폭을 넓혔다. <뽕똘>과 <어이그 저 귓것>에는 ‘자파리연구소’배우들이 주요 역할을 맡는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에게 위안을 주려고 창작활동을 하죠. 미술, 연극, 영화를 해온 것은 연필 말고 붓이나 볼펜으로도 써보는 식으로 예술도구를 다양하게 해보려는 겁니다.” 그는 “영화를 산업이기 전에 놀이의 개념으로 인지하면 나도 즐겁고, 보는 이들도 그렇지 않겠냐”고 했다. “영화는 자파리”라며 평소 하고 싶었던 영화를 놀이쯤으로 대하며 망설임없이 만들어보는 영화 속 인물 ‘뽕똘’처럼 말이다.
오영두 감독 ‘에일리언 비키니’
■ 오영두 감독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아, 두더지 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액션이 나오더니, 에로인 듯 말 듯 하다 멜로의 기운이 흐르고, 붉은 피라면 질색인 사람에겐 ‘하드고어’라고 비칠 법한 장면과, 에스에프(SF), 판타지가 마구 뒤섞인다. 정자를 얻으려는 여자 외계생명체 ‘하모니카’와 순결을 꼭 지키겠다는 사내 ‘영건’의 밀고 당기는 싸움 속에 갖가지 장르를 풀어놓는다.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맞힌 관객 있으면 전화 주세요”라며 웃는 오영두(36) 감독의, 제목부터 유별난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다. 감독의 옥탑방 집 안에서 대부분 촬영됐지만, 상상력은 공간의 제약을 허문다. 이 영화는 올해 초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선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밴쿠버국제영화제(9월),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10월)에도 출품돼 있다.
액션·에로·SF까지 ‘짬뽕 장르’
외계 여성의 정자 구하기 분투
“심심하고 뻔한 줄거리 못참아”
관객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장르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선 오영두 감독과 그가 3년 전부터 꾸린 영화창작단 ‘키노망고스틴’은 떠오르는 이름이 됐다. 영화관 ‘키노’와, 아내와 같이 타이에 가서 먹은 뒤 그 달콤한 맛을 잊지 못한다는 열대과일 ‘망고스틴’을 합쳤다고 한다. ‘키노망고스틴’엔 오 감독의 부인이자 영화 분장 일을 하는 장윤정, 이번 영화 주인공들인 홍영근, 하은정 등이 있다. 자기 일들을 하다 영화 찍을 때 뭉치는데, ‘키노망고스틴’의 주관심사는 저예산 비(B)급 장르영화다. 이들은 2009년 옴니버스 호러영화 <이웃집 좀비>를 내놓아 마니아들의 열광을 받기도 했다.
“군대 시절 휴가 나와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갈 정도였죠. 액션영화나, 우리가 상상하는 세계 이상을 보여주는 에스에프, 판타지 등의 장르영화를 좋아하죠.”
영화 <황진이> 조감독 등을 거친 그는 “나도 심심하고 재미없는 건 잘 못 참는다. ‘키노망고스틴’에서 색깔이 강하고 즐거운 저예산 장르영화를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단단한 껍질을 벗기면 달콤한 열매가 숨어 있는 망고스틴처럼 “관객이 장르를 예측할 수 없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찍겠다”는 그는 ‘탐정’이라고 적힌 명함을 꺼내보였다. 한창 찍고 있는 에스에프탐정액션영화 <영건 인 더 타임>의 소품이라며 웃는 얼굴에 장난기가 넘쳐난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멸 감독
제주사람들 상처 웃음에 담아
“모든 창작은 소통이고 놀이다” <어이그 저 귓것>은 고향 제주로 온 용필에게 기타와 노래를 배우려고 쫓아다니는 뽕똘과 댄서 김, 술에 절어 사는 하르방 등 네 남자의 이야기를 구성진 노래들과 함께 풀어내며 지친 삶을 위로해주는 영화다. 지난해 <어이그 저 귓것>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뒤 오 감독의 <뽕똘>까지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개봉에 이르렀다.
“제주 사람들의 아픔, 그들의 삶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잘 아는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주의 언어로 담아내고 싶었죠.”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오 감독은 캔버스 밖으로 눈을 돌려 2004년 예술창작집단 ‘자파리연구소’를 만들었다. 제주에서 ‘자파리’는 ‘쓸데없는 짓’이란 뜻이다. 하지만 그는 “자파리란 말 속엔 (자기가 하고 싶어서 벌여놓고 노는) 놀이란 뉘앙스도 담겼다”고 했다. 자파리연구소를 통해 창작연극을 만들어 제주와 일본 등에서 공연한 그는 <어이그 저 귓것>을 연출해 영화로도 보폭을 넓혔다. <뽕똘>과 <어이그 저 귓것>에는 ‘자파리연구소’배우들이 주요 역할을 맡는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에게 위안을 주려고 창작활동을 하죠. 미술, 연극, 영화를 해온 것은 연필 말고 붓이나 볼펜으로도 써보는 식으로 예술도구를 다양하게 해보려는 겁니다.” 그는 “영화를 산업이기 전에 놀이의 개념으로 인지하면 나도 즐겁고, 보는 이들도 그렇지 않겠냐”고 했다. “영화는 자파리”라며 평소 하고 싶었던 영화를 놀이쯤으로 대하며 망설임없이 만들어보는 영화 속 인물 ‘뽕똘’처럼 말이다.
‘에일리언 비키니’
외계 여성의 정자 구하기 분투
“심심하고 뻔한 줄거리 못참아”
오영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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