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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불편한 진실’ 관객과 공유하고파

등록 2011-09-18 20:06수정 2011-09-28 15:44

공유(33)
공유(33)
영화 ‘도가니’ 공유
데뷔 10년째 `로맨틱가이’
광주 인화학교 실화 소재서
미술교사 역으로 연기 변신
그는 촬영 중에 불쑥불쑥 진짜 ‘공유의 분노’가 튀어나오는 것을 누르느라 애를 먹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영화에서 ‘강인호’가 화분을 들고 교장실에 갔다가 골프채로 때리려고 청각장애 학생을 끌고나오는 교사를 봅니다. 인호의 성격상 울면 안 되는데, 감정이 북받쳐서 계속 눈물이 났죠. 그 장면만 여러번 찍었습니다.”

영화 속 청각장애 아이들의 상처와 울분이 섞인 ‘수화’를 바라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장이) 자신의 바지를 벗겼다는 연두의 수화, ‘어른들이 돈으로 합의해서 법정에서 증언할 수 없다’는 말에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용서를 해요’라며 울부짖는 민수의 수화를 볼 땐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평소 아메리카노 커피를 좋아한다는 공유(33·사진)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도가니>를 통해 에스프레소처럼 쓰지만 뱉어내선 안 될 진실을 얘기한다. 이 영화는 2000~2004년 광주 인화학교 청각장애 학생들을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성폭행을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쓴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알려졌듯 <도가니>는 그가 군복무 병장 시절 소설을 읽고 소속사에 영화화를 직접 제안해 개봉까지 이르게 됐다. 최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그는 “침 튀기며 (영화화에 대한) 열변을 토했을 때” 소속사가 한숨부터 내쉬었다고 했다. ‘이제는 묻혀버린 이 불편한 이야기를 관객들이 들어줄까’ ‘투자는 몰릴까’란 걱정들이 앞선 것이다.

“공지영 작가 팬도 아니었고, 소설을 즐겨 읽는 편도 아닌데, 믿기지 않는 사건을 소설로 접하고 너무 욱했다”는 그는 “영화의 파급력을 통해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이런 바람이 컸던 것일 뿐, “로맨틱가이의 연기 변신”을 위해 이 작품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올해 연기 데뷔 10년째를 맞은 공유는 끔찍한 사건 앞에서 눈을 감고 싶지만, 눈을 떠 추악한 현실과 마주하는 미술교사 ‘강인호’의 번민을 충실하게 표현해낸다. “좋은 작품이라면 저예산 독립영화도 출연하고 싶고, 시켜주지 않아서 그렇지 늘 악역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의 연기가 한층 단단해졌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가슴에 둥지 하나씩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보다 더 큰 일들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방어하고 이겨내는 면역성을 담아내는 보호막 같은 둥지를 심어놓자”는 것이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달달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혹시 관객들이 영화 내용에 불편해할까 걱정”이란 말도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위안 삼아 한마디를 더 붙였다. “인호가 영화 마지막에 시민을 향해 외치며 울부짖는 장면을 찍는데, 이 모습을 보던 시민 두분이 울고 있는 거예요. 그때 ‘아, <도가니>가 말하는 것을 관객들과 같이 공유할 수 있겠구나’ 느꼈죠.” 글 송호진 기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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