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겸 배우 장광(59)
영화 ‘도가니’ 성폭행 가해 쌍둥이역 장광씨
성우·배우로 30여년 활동
감쪽같은 1인2역에 ‘공분’
“사필귀정 정의사회 됐으면”
성우·배우로 30여년 활동
감쪽같은 1인2역에 ‘공분’
“사필귀정 정의사회 됐으면”
“영화 속의 나를 보면서 ‘저런 나쁜 놈이 있나’란 말이 나오더군요.”
그는 최근 친구 4명과 부부동반으로 영화 <도가니>를 봤다. 친구들도 “길 다닐 때 조심해야겠다”는 농담 섞인 주의를 줬다. <도가니>를 본 관객들은, 장애 아동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영화 속 쌍둥이 형제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격한 분노를 표한다. 아이에게 ‘너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면 죽는다’며 손으로 목 긋는 시늉을 하는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그 역시 “그 장면을 보고 쇼킹했다”고 할 정도이니.
두 몸을 연기한 그는 성우 겸 배우 장광(59·사진)씨다. 일부 관객은 진짜 쌍둥이인 줄 착각까지 한다. 이건 그의 ‘같은 듯 다른’ 목소리 연기 질감의 차이 때문이다. 장씨는 1978년 <동아방송> 성우로 입사해 80년부터 <한국방송>(KBS) 성우 15기로 활동한 베테랑이다. 영화는 “교장 연기를 했다가 옷을 갈아입고 반대쪽으로 가서 행정실장 연기를 한” 그의 감쪽같은 1인2역 연기를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했다. 실제 사건에선 쌍둥이가 아니라 두살 차이 형제다.
그는 지난 29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원작소설을 읽고 그들에게 분노를 느꼈지만, 배역을 위해 너무나도 가슴 아픈 감정을 추스르고 가해자 위치에서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렇게까지 사회적 공분이 일어날 줄 몰랐죠. 냄비처럼 반짝 끓다 끝나지 말고 이런 피해를 줄이는 관련 법 개정이 될 때까지 계속 끓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영화에서 집행유예로 나와 술집에서 웃음을 흘리며 내뱉는 “(이런 게) 사필귀정”이란 대사를 인용했다. “어둠에 가려 어떤 일을 당하는지 모르는 일들도 많을 겁니다. 음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 해요. 정의로운 가치로 귀결되는 사필귀정의 사회 말이죠.”
요즘 그의 연기는 극장에서 전국적 공분을 사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전에 나온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에서 꽤 재미있고 불의를 못 참는 인물을 만들어내곤 했다. 애니메이션 <슈렉>의 한국어 더빙판에서 ‘슈렉’, 후시녹음을 한 영화 <장군의 아들> 2편과 3편에서 김두한(박상민) 목소리 등을 연기했다. 생김새가 비슷해 드라마 <3김시대>에선 전두환 전 대통령 역을 맡기도 했다.
극단 ‘제작극회’에서 활동하다 성우가 된 그의 가족은 연기자 집안이다. 아내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공주댁으로 나온 전성애씨이고, 딸은 신인 개그우먼(장윤희)이다. 아들도 단편영화 등에 출연한 배우(장영)다. 그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영화를 본 큰딸도 “아빠, 전철 타고 다니려면 (위험하니) 살 빼고 다녀야겠다”고 했다니, <도가니>는 그를 관객에게 또렷이 아로새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삼거리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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