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서 열린 영화 '비상: 태양가까이'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정지훈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경례 한번 해주시겠습니까?”
제작보고회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포토타임’에서 사진기자가 요청하자, 가수 겸 배우 ‘비’(29·본명 정지훈)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쑥쓰러운 듯 웃었다.
“경례 각도가 잘못 되면 군대에 가서 선임병들에게 혼날 수 있어서요. 양해하신다면 경례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래도 요청하시면 하겠습니다.”
“해주세요.”
그러자 그는 제법 절도있는 경례를 선보였다. 11일 군입대를 앞둔 그가 비교적 경례 동작에 익숙한 건 지난 3월부터 7개월여간 공군 조종사 역할을 맡은 영화 <비상 : 태양가까이>를 찍은 덕이다. 이 영화는 ‘비’가 입대한 뒤인 내년 초에 개봉한다. <비상>은 대한민국 휴전선 인근 상공에 정체 모를 미그 29기가 출현해 서울이 공격받을 위험에 처하면서 공군 조종사들이 출격하는 고공액션 영화다. 유준상, 김성수, 이하나 등이 조종사로, 신세경이 항공 정비사로, 가수 백지영의 연인인 정석원이 조종사를 구하는 레스큐팀 소속 대원으로 출연한다.
‘비’는 7일 부산 시내 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이 영화를 찍으면서 언제 입대하느냐는 말을 천번 이상은 들었던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 영화를 찍은 7개월간 부대생활 경험을 했는데, 남들보다 군생활을 7개월은 더 했다고 봐도 된다”며 만만치 않았던 촬영생활을 떠올렸다.
그는 실제 전투기를 타고 공중을 날며 촬영하지는 않았지만, 조종사 배역을 위해 다른 배우들과 같이 G테스트(중력 가속도 내성훈련)을 자청해 받았다. ‘비’는 “출연배우 중 제가 거의 막내여서 G테스트도 가장 먼저 받는 등 완전히 실험도구였다”며 “제가 원래 폐쇄공포증이 있는데, 만만히 봤다가 큰 코를 다쳤다”고 했다. 그는 “G테스트를 받자마자 기절할 뻔 했다. 고개가 반쯤 앞으로 꺾였는데,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고개를 다시 빳빳하게 들고 일어났다”고 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옆에 있던 김성수는 “(준상이) 형은 두번 기절했다가 세번째 성공했는데, (정)지훈씨는 처음에 어렵다는 6G(중력에 6배)를 바로 성공했고, (전투기 조종사들이 순간적으로 받는 충격인) 9G까지 한번에 성공해 모두 놀랐다”고 거들었다.
‘비’는 군입대 전 영화로 <비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본을 읽어보고 ‘태훈’이란 역할에 매력을 느꼈다”며 “영화를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미국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우리나라 언어로 연기를 많이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정태훈’은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스’에 최연소로 합격할 만큼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장난기와 호기심으로 소동을 몰고 다니는 조종사다. 이 영화는 공군에서 F-15K 등 최신형 전투기를 지원했고, 할리우드 항공전문 촬영팀이 제작에 참여했다.
김동원 감독은 “서울 상공에서 교전이 일어난다는 픽션(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있을 법한 일을 박진감 있게 만들려고 했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몸을 던져 희생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조종사들의 모습 등을 담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이하나는 기타연주와 노래실력이 수준급이란 평가를 받는데, “내년에 음반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하나는 “작품을 쉬는 동안 버스나 지하철도 자주 타고, ‘우도’ 섬에 가서 민박집에 머물며 지내기도 했다”며 “음악을 많이 들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았다”고 했다. 유준상은 “하나씨가 직접 작사, 작곡도 했는데, 기타치면서 노래 부르는 것이 굉장히 매력있다”고 칭찬했다.
부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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