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타이의 합작영화 <더 킥>에 출연하는 나태주(오른쪽)와 태미가 지난 5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멋진 발차기를 보여주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리얼액션 ‘더 킥’의 나태주·태미
“아니, 잠시만….”
둘의 말을 잠깐 멈춰세웠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어쨌다고요?”라고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공중에서 ‘두바퀴 반’ 돌다가 착지 전에 공중에서 발로 가격하는 ‘900도 회전 토네이도킥’을 선보이죠.”(나태주)
“일자 옆차기로 유리를 깨고 유리 위에 있던 악당의 얼굴을 치는 ‘180도 하이킥’을 하고, 공중에서 수평회전을 돌다가 발 돌려차기로 상대의 목을 때리죠.”(태미)
이 모든 걸 대역없이 직접 했다는 것이다. ‘시늉하는’ 액션을 거부한 감독의 요구 때문에 간혹 이런 일도 벌어졌다고 했다.
“제가 한바퀴 돌아서 발로 목덜미와 머리 쪽을 찼는데 스턴트맨 두분이 기절하기도 했죠.”(나태주) “540도 돌아 킥을 했는데요. 상대분께서 머리를 여덟바늘 꿰매서 너무 죄송했죠.”(태미)
애꿎게 스턴트맨만 다친 건 아니다. 나태주는 “제자리 돌아 허공에서 발차기 세번하고 떨어지다”오른손가락 세개가 탈골됐다. 오른쪽 가운뎃손가락 마디는 지금도 툭 튀어나온 후유증이 있다. 태미는 옆차기에 맞아 눈가와 입술이 터지기도 했다.
지난 5일 만난 두 사람은 실제로는 ‘허공에서 몇바퀴 도는’ 액션의 기운을 느끼기 어려운 앳된 외모였다. 1990년생 같은 나이인 나태주와 태미는 다음달 3일 개봉하는 한국과 타이의 합작영화 <더킥>에 주연급 배우로 출연한다. 감독은 타이 무에타이 ‘리얼액션’ 영화 <옹박> 시리즈로 한국팬들까지 열광시킨 프라차야 핀카엡 감독이 맡았다. 조재현과 예지원, 타이 인기여배우 지자 야닌도 나온다.
영화는 타이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던 ‘문 사범 가족’이 우연히 ‘전설의 검’을 훔친 일당을 물리치면서 시작된다. 막내를 납치한 악당과 맞서면서 문 사범 가족은 호쾌한 액션을 펼친다. 14일 폐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공식초정작으로도 선정됐다.
영화 중심에는 문 사범의 아들과 딸로 나와 ‘새로운 액션배우’의 출현을 알린 나태주와 태미가 있다. 나태주는 타이로 건너가 춤과 태권도 기술을 선보인 오디션에서 단박에 감독을 사로잡았다. 태미는 액션 연습장면과 ‘태권도 얼짱소녀’란 이름으로 인터넷을 달군 계기가 됐던 티브이 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 출연모습 등을 편집한 영상을 제작진에 보냈다. 제작진은 실물도 보지않고 그를 캐스팅했다. 나태주는 <히어로>(2010) 이후 두번째 영화이고, 태미는 데뷔작이다. 영화 예고 동영상은 벌써 액션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영화촬영 당시엔 타이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기도 했다.
“태권도만큼은 자신있어서, 태권도 액션을 알리고 싶었다”는 이들은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 나태주(경희대 태권도학과)는 태권도 품새 전국대회 우승경력이 2차례 있다. 2년 전, 왼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만 아니었다면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섰을 것이다. 태미(한국체대 태권도학과)는 2007년 태권도 품새 세계선수권 챔피언이다. 태미는 “그때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나오는데, 소름이 돋고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둘은 연기, 춤까지 가르치는 태권도 시범단 ‘케이(K)타이거즈’소속으로 국내외를 돌며 한국과 태권도를 알리고 있기도 하다.
나태주는 “영화에서 웨이브와 문워크(미끄러지듯 뒤로 걷기) 등 춤동작을 함께 하는 댄스액션을 시도한다”며 “그동안 거의 보지 못한 새 액션들이 나오는 유쾌한 영화”라고 했다. 태미는 “여자도 고난도 액션을 할 수 있다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들은 태권도 액션배우를 꿈꾼다. “(태권도가) 멋있잖아요”라는 이유다. “이연걸, 성룡, 양자경 선배님들의 액션 정도까지 가고 싶다”는 태미는 눈치챘겠지만 이들에게 ‘선배님’이란 호칭까지 붙이고 있다.
그런데 설마하니, 이들이 영화 밖에서도 ‘거친 청춘’쯤으로 오해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이번 영화 오디션 때 트로트 ‘화장을 지우는 여자’도 불렀다는 나태주는 <더킥>의 수록곡을 직접 부를 만큼 끼가 많다. 그는 “가만있지 못하는 까불까불한 성격”이라고 했다.
태미는 걸그룹 ‘베이비복스 3기 멤버’로 가수 데뷔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연예인 이름같은 ‘태미’란 예명(본명 김경숙)까지 쓰는데, 뭔 뜻인가 들어보니 “태권도의 아름다움”이라며 웃었다. ♣H6s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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