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봉하는 <비기너스>
`비기너스’ 10일 `퍼펙트 센스’ 24일 잇따라 개봉
사랑인 것 같은데, 주저하고 있습니까? 사랑했는데, 그 사람을 그렇게 떠나 보낸 내가 가끔 미워집니까? 이 물음에 예 혹은 응, 그렇게 답했다면 명배우 유언 맥그리거(41)가 출연하는 두 신작 영화를 눈여겨볼 만하다.
10일 개봉하는 <비기너스>에서 유언 맥그리거는 쉽게 사랑하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올리버’로 나오는 그는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쭉 사랑의 감정으로 이어지지 않은 부모의 결혼생활 전체를 어렸을 때부터 목격한다. 그 가정사는 그가 좀체 사랑에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로 쌓여간다. 그런 올리버 앞에 여러 나라를 떠돌며 자유롭게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외로움을 타는 여인 애나(멜라니 로랑)가 나타난다. 애나를 잡고 싶지만 올리버는 머뭇거린다. 이 사랑이 계속 이어질까라는 고민과 걱정. 영화는 부인이 죽은 뒤, 비로소 동성애자임을 선언한 올리버의 아버지 ‘핼’(크리스토퍼 플러머)이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과 그 기억을 떠올리는 올리버의 심경 변화를 번갈아 보여준다.
결국 올리버는 자신의 곁에 왔다가 떠난 애나를 찾아간다. 미국 뉴욕에 있는 줄 알고 먼 길을 달려갔는데, 지금 애나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다. 영화에서 애나는 올리버 곁으로 돌아올까? 영화는 사랑의 시작을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뉴욕이든 로스앤젤레스든 달려갈 용기를 심어준다.
24일 개봉할 <퍼펙트 센스>에서 유언 맥그리거는 서서히 감각을 잃어간다. 감각이 점차 마비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설정 속에서 이 영화는 출발한다. 요리사 ‘마이클’로 출연하는 유언 맥그리거는 과학자 ‘수전’(에바 그린)을 만나 사랑이 싹트지만, 감각을 마비시키는 바이러스가 둘의 사랑을 위협한다. <퍼펙트 센스>를 수입한 ‘미디어데이’의 권지원 대표는 “그 사람의 향기와 촉감을 기억하면서 사랑의 감정이 깊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하나씩 감각을 잃어가는 두 사람의 사랑이란 설정이 독특하다”며 “현재 누군가 사랑하고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사랑을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추천했다.
긴장감을 주는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비기너스>와, 감각을 잃어가는 바이러스 때문에 혼돈에 빠지는 두 남녀의 심리를 그린 <퍼펙트 센스>는 오락성을 원하는 영화팬들의 기대와는 좀 떨어져 있는 영화다. 하지만 유언 맥그리거의 연기력은 두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가는 저력을 발휘하면서 사랑 앞에서 주저하거나, 주저했던 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설득력을 보여준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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