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물의 비밀’ 이영미 감독
교차상영 타격…2주차에 밀려나
관객 ‘상영관 돌려달라’ 청원운동
교차상영 타격…2주차에 밀려나
관객 ‘상영관 돌려달라’ 청원운동
이영미 감독은 “슬프다”고 했다. “영화 외적인 얘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17일 개봉한 장편영화 데뷔작 <사물의 비밀>이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그는 “극장 배급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했다.
“독립자본이 만든 상업영화가 시장에서 부딪히는 구조적인 문제와 벽을 절감해요.”
이 영화는 씨제이(CJ), 롯데, 쇼박스 등 대형 투자·배급사들의 자본 대신 개인투자자 등의 도움으로 총 제작비 14억5000여만원이 들어갔다. 여배우 장서희와 신인 정석원의 만남, 욕망과 소통을 다룬 내용,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진출 등으로 관심을 끌었다. 홍콩엔 국내 개봉 전 판매됐다. 러시아, 대만과도 판매를 협의중이다.
정작 국내 개봉관은 20여개관에 그쳤다. 그나마도 연속회차 상영 대신 ‘퐁당퐁당’(교차상영)이 이뤄졌다. 낮과 심야시간대로 밀리기도 했다. 개봉 첫주 성적이 좋을 수 없었다. 메가박스·롯데시네마 등에서는 2주차부터 상영관을 철수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배급 구조가 불투명해요. 메이저 투자·배급사의 작품들만 극장에서 살아남으면 한국영화 다양성은 사라집니다. 내 영화가 나빠서 돌을 맞는 건 견딜 수 있지만, 정정당당히 겨뤄볼 공정한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건 문제입니다.”
최근 자신이 대표로 있는 영화사 ‘필름프론트’ 사무실에서 만난 이 감독은 “15억원 규모의 우리 영화도 이런데, 1억~2억원대 저예산 영화들은 더 설 자리가 없겠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영화는 혼외정사에 대한 논문을 준비중인 여교수 혜정(장서희)과 연구 보조학생 우상(정석원)의 사랑을 담았다. 복사기와 디지털카메라의 시선으로 혜정과 우상을 바라보는 장치가 독특하다는 평이 많다. ‘사물의 비밀’이 기대만큼 내밀하지 않다거나, 6분간 이어지는 배우 윤다경의 ‘횟집 정사신’이 혜정과 우상의 멜로를 집어삼킬 만큼 강렬하거나 길다는 의견도 있다.
호평도 만만치 않아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든 영화다” “우상의 외로움을 이해한다” “도대체 어디 가서 볼 수 있느냐”는 전화가 영화사에 걸려온다고 한다. 누리꾼들은 ‘<사물의 비밀> 빼앗긴 상영관을 돌려주세요’란 인터넷 청원서명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덕에 씨지브이(CGV)가 상영관수를 조금 늘려 현재는 전국 22개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관객이 판단할 수 있도록 최소 2주간의 상영 기회는 보장돼야 하고, 작은 영화도 기본적인 극장 배급망을 확보해주는 제도적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7월 영화진흥위원회는 최소 1주 상영 보장, 교차상영 때 피해를 본 배급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에 대한 ‘표준상영계약서’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안’에 불과하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한 뒤 영국국립영화학교를 나온 그는 바람이 딱 한가지라고 했다. “관객에게 제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의 심경은 카메라에 저장한 사진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한 채 찍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영화 속 ‘우상’의 외로운 마음과 닿아 있는 듯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호평도 만만치 않아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든 영화다” “우상의 외로움을 이해한다” “도대체 어디 가서 볼 수 있느냐”는 전화가 영화사에 걸려온다고 한다. 누리꾼들은 ‘<사물의 비밀> 빼앗긴 상영관을 돌려주세요’란 인터넷 청원서명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덕에 씨지브이(CGV)가 상영관수를 조금 늘려 현재는 전국 22개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관객이 판단할 수 있도록 최소 2주간의 상영 기회는 보장돼야 하고, 작은 영화도 기본적인 극장 배급망을 확보해주는 제도적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7월 영화진흥위원회는 최소 1주 상영 보장, 교차상영 때 피해를 본 배급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에 대한 ‘표준상영계약서’ 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안’에 불과하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한 뒤 영국국립영화학교를 나온 그는 바람이 딱 한가지라고 했다. “관객에게 제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의 심경은 카메라에 저장한 사진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한 채 찍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영화 속 ‘우상’의 외로운 마음과 닿아 있는 듯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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