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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다시 입원하면 가만 안 둘거야!”

등록 2011-11-25 15:16

다큐 영화 <하얀 정글>
다큐 영화 <하얀 정글>
돈 있어야 환자가 될 수 있는 세상…
기업형 병원 의료 실태 고발한 다큐 영화 <하얀 정글>

아프면 가야 하는 곳이 병원이다. 아프지만 갈 수 없는 곳도 병원이다. 돈이 있어야 환자가 될 수 있는 현실. 영화 <하얀 정글>은 현직 의사인 송윤희(32) 감독이 “몇만원 때문에 당뇨 치료를 포기한 채 배에 덩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의사 남편한테서 듣고 기획”한 내부 고발 다큐멘터리다.

새달 1일 개봉하는 <하얀 정글>은 “나는 의사로서 이 영화에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는 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 다짐대로 영화는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한 사람들, 대학병원 의사·간호사, 원무과 직원 등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의 의료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제목은 의료계를 상징하는 흰색과 과잉진료 경쟁을 빗댄 정글을 합한 것이다.

“(병원에서) 입원하라면 어떡하지?”(아내) “입원 안 하면 되지.”(남편)

영화는 결국 돈 때문에 동네 의사의 권고를 듣지 않고 대학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들을 비춘다. 거액 골수이식 비용 때문에 삶을 버리고 가족에게 사망보험금이라도 챙겨주고 싶었다는 사람, 비싼 항생제 탓에 목숨을 포기한 기초생활수급자의 얘기도 소개한다. 부당진료비를 되찾으려 하자, “다시 입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병원 협박을 들은 환자도 있다.

영화 속 병원은 수익을 위한 기업형 병원으로 그려진다.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는 병원, ‘30초 초고속 진료’를 보며 실적을 올리는 의사, 회의 시간에 각 과들의 진료 실적을 1등부터 꼴찌까지 발표하는 대학병원, 외래진료 횟수와 총 진료수익 등으로 등급판정을 받는 의사 등의 모습을 들춰낸다.

감독은 “의료비의 공공부담률은 낮으면서, 의료공급을 (수익을 경쟁하는) 민간병원에 맡기는 국가가 (근본적) 문제”라고 진단한다. 송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건강의료보험을 거부할 수 있는 영리병원허용 등 의료민영화가 추진되어선 안 되며, “저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힘주어 말한다. “건강할 권리는 국가가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의료계 실태와 의료민영화 문제를 다룬 그 어떤 자료들보다 생생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다. 미국 의료체계를 담은 다큐멘터리 <식코>보다 화법이 좀더 감성적이고 친절하다.

산업의학과 의사인 감독은 의료연구 공동체 ‘건강과 대안’연구원으로 있다. 아주대 의대 본과 2년을 마친 뒤 1년간 독립영화워크숍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했다. 서울 씨네코드 선재, 시지브이(CGV)압구정·상암·오리·인천·서면에서 개봉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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