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봉하는 <잼 다큐 강정>
유명 다큐감독들 의기투합
100일 동안 현재모습 담아내
옴니버스형식 8편 22일 개봉
100일 동안 현재모습 담아내
옴니버스형식 8편 22일 개봉
“많은 분들이 와서 도와주시는 건 고맙습니다만은… 막을 수 있을 때엔 안 왔잖아요. 왜 지금에야 오셨습니까?”
제주 서귀포에서 화훼농장을 가꾸는 강희웅씨는 카메라를 향해 검게 그을린 얼굴로 여러번 묻는다. 강씨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조짐이 드러난 2007년부터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벌인 주민이다.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형과 수년째 아는 척도 안 하고 지내는 그는 4년여 동안 겪은 숱한 싸움에서 단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공사가 착수된 뒤에야 나타나 강정마을 구석구석에 카메라를 비추는 사람들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테다.
22일 개봉하는 <잼 다큐 강정>(사진)은 2007년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된 제주 강정마을의 현재를 담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영화다. <쇼킹패밀리>의 경순 감독, <경계도시2>의 홍형숙 감독, <오월애>의 김태일 감독 등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의기투합해 지난 6월부터 100일 동안 만들었다. 이들은 해군기지 공사를 반대하다 지난 4월 구속된 양윤모 영화평론가의 소식을 듣고 뒤늦게나마 강정을 찾았다.
‘잼’(jam)은 정해진 규칙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연주를 일컫는 음악 용어다. 감독들이 각자 자유롭게 만든 10여분 남짓의 짧은 다큐멘터리 8편을 모았다. 첫 작품 <안녕 구럼비>에서 경순 감독은 해안을 따라 뻗은 구럼비를 찬찬히 담아내다가 단식농성 중인 양윤모 영화평론가를 찾아가 “재밌게 좀 살자”고 너스레를 떤다. <마을의 기억>의 김태일·주로미 부부 감독은 “농사 땅은 작아도 수확은 잘 돼서 강정 쌀만 사 먹어도 됐던” 강정마을에 시집와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의 구부정한 뒷모습과, 해군기지를 생각하면 몸서리치는 4·3사건이 떠오른다는 할아버지의 절박한 표정을 담는다. <해적단 강정가다>(정윤석)에서 인디밴드 ‘밤섬해적단’은 “강정마을 그쪽에 해군기지가 생기면 경제가 발전된대. 야 그러면 (군부대가 많은) 철원 경제 쩔겠다”는 멘트로 해군기지 찬성론자들을 야유한다. 서울 성미산마을과 제주 강정마을에서 각자 투쟁한 두 친구가 <구럼비에 멈춰서서>(홍형숙)에서 만나면서, 밀려 사라지는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이들의 연대는 확장된다.
마을주민 1000명 중 87명만이 참석한 마을회의에서 해군기지 유치가 결의되고 결국 강정 앞바다에는 해군기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왜 지금에야 오셨냐”는 강정의 물음에 원망이 섞이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런 강정에게 “늦어서 죄송하다”고, “하지만 끝난 건 아니니 힘내자”고 응원을 건넨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시네마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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